‘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 따져본 후 자료 확보해야
사내 인사팀‧고용노동부‧민간단체 등에서 신고 가능
#. 상사가 회사직원들 4명이 참여한 단체 톡방에서 제 험담을 했습니다. 이 경우 어떤 법이 해당되나요? 명예 훼손이나 모욕죄 성립이 가능한가요? 직장 내 괴롭힘도 증거와 증인은 많습니다. 그리고 정신과 가서 진단서를 떼어 놓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답변 부탁드립니다! (네이버 지식인 발췌)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직장 생활을 하며 말 못할 고민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들이 많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20~60세 남녀 1500명 중 약 73.7%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를 시행해 근로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호에 나서고 있다. 또한 국민신문고의 갑질 피해 신고센터,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등 제도도 마련해 운영 중이다.
그렇다면, 만약 본인이 실제로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은
우선, 부당한 행위가 ‘괴롭힘’ 판단 기준에 속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 76조 2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3가지 기준 중에서 업무상 적정범위, 정신적 고통 등의 기준이 다소 애매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성립 기준은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하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또는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의 결과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함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특정 근로자에 대하여만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는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함 ▲사적 심부름 등 개인적인 일상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지속적·반복적으로 지시 등이다.
피해 사실 기록이 중요
‘괴롭힘’ 행위라고 판단된다면 우선 피해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음, 동료들의 진술서, 피해 당사자의 육하원칙에 따른 메모 등이다. 직장갑질119 오진호 집행위원장도 피해 사실 기록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오 위원장은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폭언이나 모욕적인 발언의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녹음이 어려울 수도 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폭언을 들었던 상황이나 했던 발언을 기록하고 동료들의 진술서를 어떤 방식이든 확보해 가지고 계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피해 사실을 기록한 자료가 확보됐다면 신고를 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며,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내 조정 신청을 우선적으로 권유한다. 사용자(대표자) 혹은 인사팀, 감사팀 등 사내 고충처리부서에 신고하면 된다. 이 외에도 국민신문고 갑질 피해센터, 고용노동부 상담센터(#1350) 등에서도 신고 접수가 가능하며,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 119’나 노동법률사무소 등에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고 신고 절차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내 괴롭힘 신고 처리의 경우 사건이 접수되면 상담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사건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된다. 이후 피해자가 당사자 간 합의를 원하는 경우 약식조사(피해자와 피해자가 추천한 참고인 등 관련자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며 피해자가 정식 조사를 통해 해결을 요청하면 사내 인사팀, 법무팀, 감사팀 등에서 조사를 수행하게 된다.
조사과정 중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근무 장소 변경, 휴가부여 등의 피해자 요청 사항을 확인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면조사를 진행하는 경우 피해자-참고인-행위자 순으로 진행하며 조사자는 2명이 참여한다. 이후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됐다면 피해자의 요청 사항을 수용하고 일정기간 행위자의 문제되는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정식조사를 실시한 경우 취업규칙에 근거해 행위자에 대해 엄격한 징계 조치를 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행위자의 근무장소 변경 등 피해자 보호조치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고를 망설이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 피해자보호조치에 대한 부분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사내 규범인 취업규칙에 포함돼야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해자 처벌 규정이 없고, 회사가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방법이 없어 피해자가 일을 그만두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급에 따른 수직적인 관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수면 위로 올라오기 힘들다. 신고 절차에 대한 안내도 물론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의 신고 이후의 회사 생활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참고 자료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