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입양한 이설아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
“입양에 대한 숭고한 이미지, 입양가정에겐 족쇄”
“입양 동기 중요, 부모의 내면 상처부터 살펴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2014년 ‘사랑이’, 2016년 ‘은비’, 2020년 ‘정인이’….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채워줄 또 다른 가족을 만나 행복을 꿈꿨을 아이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하늘의 별이 됐다.
그리고 지난 5월, 또다시 비극이 발생했다.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양부가 두 살 된 입양 딸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것이다. 검찰은 양부를 아이의 손과 발, 뺨을 수차례 때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양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반복되는 입양 가정 내 학대 사건에 실제 입양 가족들은 ‘입양’ 자체에 편견이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학대 사건을 입양 가정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아동 학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 반면 입양 가정에 대한 관리 부실로 인해 학대가 반복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입양 이후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전문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입양 아동 학대는 입양 시스템의 문제일까, 학대를 하는 개인의 문제일까. 뉴스포스트는 이설아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를 만나 입양 가족의 고민, 반복되는 입양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의견, 입양 전‧후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 인터뷰로 진행했다.
-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5년에 시작된 입양 사후 서비스 기관입니다. 입양을 하고 나서 가족이 된 이후의 삶에서 경험하는 여러 어려움을 돕고 있습니다. 입양 부모교육, 입양가족 자조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고 입양 가정 위기 상담 및 사례 관리를 통해 밀착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 센터를 설립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는 세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신생아를 입양해서 크게 어려움이 없었어요. 너무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왜 이렇게 좋은 입양을 많이 안 하지?’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그런데 두 번째 아이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이가 여섯 살 때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요. 지내보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우리가 이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지만, 마치 아이가 침입자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나는 엄마가 맞나’, ‘이걸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가득 차 너무 괴로웠어요. 약 3년의 시간 동안 저나 아이 모두 고생했죠. 결국 기존의 질서를 깨고 모두 다 새롭게 변해야 한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동굴인줄 알았던 그 시간이 터널이었더라고요.
그런데 이 어려운 시기를 겪는 가정 중에는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는 가정도 있어요. 아이와 가족으로 살고 있지만 전혀 연결되지 않거나, 결국 헤어지는 거죠. 이런 가정들을 보면서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 이 문제에 대해 아무도 돕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아니까 모른 척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어떤 부분이 힘드셨던 건가요?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많은 것들이 내면에 형성돼요. 이건 단순히 고집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존재들의 상실을 경험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어떤 대상과 애착 관계를 이루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오히려 거부하는 것이 쉽다고 느껴요. 그런 아이들을 엄마들이 품겠다고 덤비는 거죠. 그러니 서로 힘들어요. 아이는 아이대로 낯선 곳에 와서 자기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니까 두려움에 여러 행동들을 하게 되죠. 그게 문제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요.
- 세 아이를 입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는 결혼 전에 10년 넘게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는데요. 아이들이 저를 만나서 자신을 발견하고 윤기나게 성장해 가는 게 너무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낳지 않은 아이도 사랑할 수 있겠다’ 이런 자신감이 생겼죠(웃음). 또 경력 단절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남편에게 입양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어렵지 않게 동의했기 때문에 결정에 어려움이 없었답니다.
표면적으로는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만 보고 ‘난 괜찮은 선생님이었으니까 잘 키울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결정했는데요. 시간이 지난 뒤 진짜 입양을 결정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 성장기 중 돌봄 공백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을 봤을 때 관심이 가는 거죠. 이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고요. 입양하신 가족 이야기 들어보면 주로 동기는 비슷해요.
사실 입양 동기를 아주 깊게 살펴보는 것이 되게 중요해요. 다들 처음엔 표면적인 이유로 시작하죠. 내가 사랑해 줄 수 있을 것 같고, 한 아이를 구원하면 사회에 보탬이 되고요. 그러나 사실은 깊이 가보면 입양과 맞닿는 어떤 지점이 있거든요. 그 부분이 과연 치유되고 성장했는지, 아니면 굉장히 큰 상실로 남아있는지에 따라서 아이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요. 상처 입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선한 동기지만 선한 결말로 가기에는 굉장히 많은 노력과 도움이 필요해요.
- 입양 전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입양 후 그 고민에는 변화가 있으셨는지요.
입양 전에는 ‘우리가 아이에게 어떠한 일이 생겨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지금은 ‘아이가 입양인으로 어떻게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를 제일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자신의 친생부모와 입양부모 양쪽에서 받은 것들을 통합해가며 살아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 인생에서 친생부모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해요. 그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게 본인을 알아가는 것이니까요. 그걸 알게 되면서 아이들이 친부모를 만나 마음속 퍼즐을 잘 맞출 기회가 생길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 입양 부모로서 친생부모의 이야기를 아이에게 말해준다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입양 후에는 친부모의 존재는 없어지고 아이와 입양부모만 남았어요. 내 자식처럼 사랑하면 잘 큰다고 했죠. 그들의 존재가 입양 아동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지 않았던 거에요. 아이에게 그 부분을 이야기해 주시는 부모도 있지만, 아예 대화를 차단하시는 부모들도 있어요. 너는 입양됐지만 우리가 널 사랑하니까 됐다고 하면서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굉장히 힘들어지죠. 많은 궁금증을 물어볼 수도 입양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나눌 수 없게 되니까요. 지금의 엄마, 아빠가 싫어하는 건 할 수 없으니 굉장히 억압받으며 자랄 가능성이 큽니다.
-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입양 부모는 주변 지인들에게 입양을 공개한 순간부터 ‘숭고하고 대단한 일을 한 사람’이 돼버리는데요. 결국에는 이것이 족쇄가 돼요. 우리 사회에 입양에 대한 이미지가 있어요. 미디어에서 본 입양 가족의 모습은 ‘아름답고 행복하고 사랑이 충만한 가정’이죠. 근데 삶은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아이를 키우며 여러 가지 갈등도 생기고 심리적 어려움도 겪어요. 그런데 그런 이미지 때문에 그런 감정과 경험들을 엄마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게 되죠.
또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어려움을 외부로 이야기할 수도 없어요.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기 때문이죠. ‘입양해놓고 왜 그래?’ 이런 이야기 듣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입양 홍보를 대단한 이미지로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양 가정도 일반 보통의 부모, 자식 간의 막 애쓰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고 봐요. 굉장히 숭고하고 아름다운 천사 같은 모습으로 홍보하면서, 학대 등 부정적인 사례가 드러나니 이 극단적인 이미지로 인해 입양 가족은 굉장히 힘들어지는 겁니다.
- 최근 잇따라 입양 가정 아동 학대 사건이 보도가 됐습니다. 입양 가족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터질 게 터졌구나. 놀라운 일이 아니고 현실 곳곳에 있는 장면이거든요. 제가 만나는 가족 중에서도 있어요. 그런데 이분들은 돌이키려고 노력하시기 때문에 이런 센터를 찾아오시는 분들이고, 그 사람들은 옆에서 잡아줄 사람이 없었던 거죠. 사실, 어른들은 아이가 말 안 듣는다 싶으면 등짝이나 엉덩이 때리기도 하죠? 학대는 그것부터 시작이에요. 아이한테 아직 애정이 없다면 더더욱 그게 쉬워지겠죠.
그리고 학대 사건과 관련해서 ‘입양은 죄가 없다’ 이런 말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공감할 수 없어요. 그들이 입양 세계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이 입양 후의 삶에 대해 수천 번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면 입양 세계로 들어오지 않았겠죠. 형식적 교육받고 제대로 된 가이드 없이 전문성 없는 실무자들의 상담을 통해 이 세계로 들어왔거든요. 입양은 죄가 없다는 말은 입양 ‘부모’가 죄가 없다는 말로 해석돼요. 그러나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입양을 하면서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입양을 좋게 포장해 계속 홍보해야 한다는 건 몇 십 년간 우리나라 입양을 이끌어온 기조예요. 저는 이것부터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양만이 아이를 구원하는 방법일까요? 그 이전에 원가족부터 지킬 방법을 생각하고, 분리를 너무 쉽게 해왔던 것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해요. 아이를 다시 안전한 곳으로 돌아갈 여러 방법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동안 요보호 아동에 대한 분리는 너무 쉽고, 분리되면 입양이었죠. 이런 사건이 있을 때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그냥 개인의 실패로 치부해버리는 상황. 그런데 시스템이 바뀌지 않았는데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요?
- 정인이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사면서 입양 아동 학대가 ‘입양’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양 가족 사이에서는 자신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저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입양 가정은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전수조사나 갑작스러운 방문, 전화를 받을 수 있죠. 그런데 며칠간 조사받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이런 조사나 확인이 나에겐 조금 불편하더라도, 혹시 모를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반면에 지자체나 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정중하게 진행해 주시면 좋겠어요. 공개 입양을 안한 가정에 불쑥 방문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 노출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이 있거든요. 또한 취조하듯이 조사를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방어적으로 나가게 되죠. 조사하시는 분들도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전문적인 안내를 제공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 앞서 입양 시스템 문제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입양을 진행할 때 사전 과정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입양 후의 삶이 달라져요. 사전에 입양의 전 생애적인 과정을 아는 사람이 안내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전문적인 실무자가 없었죠. 그저 형식대로 처리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 입양인, 입양부모, 친생부모의 삶이 어떠한지, 이들이 평생 어떤 과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예비 입양 부모의 사전 작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정인이 사건 때도 매뉴얼대로 했다는 말만 나올 뿐이죠. 아무리 서류 깐깐하게 받고, 기본 교육받아도 걸러지지 않아요. 겉으로는 말쑥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어도 내면에는 입양에 대한 환상과 편견 그리고 자기 상처가 있는 사람이 입양하게 되겠죠. 부모의 상처가 입양 후에 아이와 만나면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도 모르고 입양을 하게 되니까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겁니다.
이렇게 사전 준비 과정이 미흡하다 보니 사후 관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문제는 사후 관리가 입양 부모의 필수 과정이 아닙니다. 필요한 가정이 알아서 참여하는 형태예요. 물론 입양 후 1년간 입양기관에서 사후관리를 하고 있지만 이걸 진행하는 것이 앞서 만난 전문적이지 않은 실무자죠.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사후관리를 하는데 그냥 겉으로 봤을 때 별문제 없는 것만을 판단합니다. 그리고 끝이죠. 근데 문제는 갈등 상황이 그 이후에 나타난다는 것이에요. 아이가 입양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아이의 정체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어려운데 그때는 입양기관의 사후 관리 기간은 끝나있는 거죠.
- 입양 전 기본 교육에서는 어떤 교육이 진행되나요?
일반 부모교육과는 다르게 입양 아동 양육의 의미, 입양 아동의 심리적인 어려움, 입양 말하기 방법 등이 포함돼있어요. 기본 8시간 교육이 진행되고 시행된 지 한 3~4년 정도 됐습니다. 근데 문제는 교육이 대규모 강의형 교육이라는 점이에요. 그저 주입식 교육이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동영상 교육으로 대체됐어요. 그냥 보고 수료증 받는 거죠. 입양에 대한 의무 교육이 입체적이지 못해요. 입양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아이에게 도움을 줄 것인지 교육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죠.
- 심각한 이야기만 나누었습니다. 입양으로 인해 행복한 순간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우리 아이들은 저희 부부로부터 오지 않았어요. 근데 그 부분이 되게 기대되는 면이에요. 각각의 개성이 너무 다른 것. 어떤 부분이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일반 부모들처럼 ‘너 이거 하면 좋겠다’라고 하지 않아요. 그저 아이를 관찰할 뿐이죠. 이런 부분이 우리 가족을 더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제가 입양 부모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아이와 깊이 연결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도전’은 안 했을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처럼 평범하게 아이와 지냈을 텐데, 입양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더 큰 소통이 필요했거든요. 아이의 상실감을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그것을 어떻게 다뤄낼지 함께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아이와 연결됨을 느꼈죠. 아이도 그 과정에서 자신을 깊게 고민하게 되면서 단단해졌음을 느껴요. ‘입양’으로 만났지만 가족이 되고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아이를 키우는 일을 두고 ‘입양했다, 친자식이다’를 구분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똑같이 양육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부모들이 아이를 그려야 할 스케치북으로 보지 마시고 읽어야 할 책으로 보시면 좋겠어요. 아이가 담고 있는 넓은 세계가 많아요. 아이로부터 나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