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6개월 지났지만…“아가야 널 잊지 않았단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생후 16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양부모의 끔찍한 학대 속에 세상을 떠난 지 6개월. 보호 가정의 따뜻한 사랑 속에 자란 정인이는 입양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양부모의 폭행으로 작은 숨을 잃었다. 국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이어가고, 정인의 무덤에 추모의 꽃을 매일같이 보냈다. 지금은 어떨까.
14일 오전 11시 경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잠든 정인이를 찾았다. 전날 꽃샘추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아기 무덤에는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추모공원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아기 무덤을 정리하고 있었다. 외지인인 기자가 정인이 무덤가로 다가오자, 누군가 찾아오는 것이 익숙하다는 듯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정인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겨울이었다. 정인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은 한겨울 폭설을 뚫고 그의 묘를 찾아 꽃다발과 장난감, 위로의 글을 전했다. 세상의 모든 아이가 학대받지 않는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눈은 녹고 시간은 흘렀건만, 정인이가 잠든 곳은 여전히 누군가가 추억한 자국이 남았다. 작은 묘비엔 강아지 인형과 작은 꽃이 심겨져 있었다. 예전만큼 많은 추모 물품이 놓여있지 않았는데, 공원 관리를 위해 추모 물품과 음식 등은 추모 후 반드시 회수해 돌아가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정인이 무덤 위쪽으로 국민들이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꽃다발 몇 개가 놓여있었다. 꽃다발 속 꽃잎은 어제 꽃을 놓은 듯 깨끗하고 싱그러웠다. 여자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예쁜 인형으로 꾸민 꽃다발도 있었다. 아직 정인이를 기억하고 있다는 이들이 많다는 증거다.
아이 무덤 앞에 서서 잠시 묵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너를 기억하고 있단다. 그곳에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 다시는 또 다른 아이가 학대받지 않도록 노력할게. 몇 번을 중얼거리자 마지막엔 “미안해”라는 말이 나왔다.
묵념을 마치고 뒤를 돌자 50대 부부가 꽃다발을 들고 추모공원을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목례를 건네니 “여기가 정인이 무덤인가요”고 물어왔다. 고개를 끄덕이자 꽃을 든 중년 여성이 긴 한숨과 함께 정인이 앞에 섰다. 꽃다발을 내려놓은 여성은 축축해진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한편, 이날 오후 2시에는 정인이 학대 가해자들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국민들은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여 정인이 양부모에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는 정인이 양부모가 정인이 팔을 비틀어 부러뜨렸을 것이라는 법의학자의 증언도 나왔다.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 석좌교수는 “정인이의 오른팔을 보면 피부는 깨끗하지만 팔뼈 아래쪽 제일 말단 부위가 완전히 으스러져 있다”며 “이 두 케이스를 합쳐보면 (장씨가 정인이를 때렸다기보다는) 팔을 비틀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또 “정인이는 대장과 소장이 파열되지 않고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만 발생했다. 이것으로 보아 2차례 이상 발로 밟힌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