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오미크론 공포가 퍼지면서 ‘백신 무용론’이 떠올랐다.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등장해 돌파감염이 빈번하자 “차라리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18세 이상 성인으로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확대하자 백신 반대 여론은 더 거세게 일었다.  정말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면, 백신 맞을 필요가 사라지는 것일까?

오미크론, 백신 효과 감소시킬 가능성 높아

오미크론은 지난 11월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유전자 변이 32개를 보유하는 등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높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료=기초과학연구원)
(자료=기초과학연구원)

화이자, 모더나를 비롯한 mRNA 백신은 사람의 세포로 들어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든다. 이를 바이러스 침입으로 착각해 인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생성한다. 즉, mRNA 백신이 만든 스파이크 단백질이 ‘항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를 가지고 있다면 기존 백신의 힘이 빠질 우려가 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지난 1일 본지에 보낸 답변서에 “이론적으로 오미크론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있어 백신으로 주입된 ‘감염과 싸우는 단백질(infection fighting proteins)’의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델타 변이가 그랬던 것처럼 전파력이 더 높고 세포에 더 쉽게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나 위중증 위험도 등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WHO는 변이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 수주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변종 아닌 변이 … 전문가들 “그럼에도 백신을”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효과가 감소해도 무력화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오미크론도 델타와 마찬가지로 ‘변종’이 아닌 ‘변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변종은 바이러스의 종류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고, 변이는 수만개의 자체 유전물질(RNA) 중 일부가 바뀌는 구조다. 변종은 기존 백신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변이는 그렇지 않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본지에 “이전만큼 백신이 효과적이지 않더라도, 백신은 여전히 오미크론 바이러스와 싸울(have activity against Omicron)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여러 외신도 지나친 불안을 가라앉히는 분위기다. 미 국립보건원의(NIH)의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은 지난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코로나19 백신이 델타 등 다른 변이에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며 “기존 백신으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하고 있는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 (자료=FOXNEWS)
인터뷰하고 있는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 (자료=FOXNEWS)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인 스콧 고틀립 또한 지난 26일 미국 CNBC에 나와 “중요한 것은 높은 전파력, 면역 회피 가능성 등이 (오미크론이) 백신에게서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며 “백신은 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여전히 광범위한 전파를 막는데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증화 위험 감소’ 여전히 효과 기대, 각국 정부 “부스터샷 권고”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는 부스터샷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백신이 중증화 위험도 감소 등 여전히 주요한 방어막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지 시간 29일 성인 모두에게 부스터샷을 권고했다. 기존에 “맞아도 된다(may)” 허용에서 “맞아야 한다(should)”로 바꾼 것이다. 영국 또한 오미크론에 대응해 지난 1일 부스터샷 대상을 18세 이상 성인으로 확대하고, 접종 간격도 3개월로 단축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29일 50세 이상과 기저질환자에게 한정됐던 부스터샷 대상을 18세 이상 모든 성인, 기본접종 완료 5개월 이후로 확대했다.

지난 1일 언론브리핑하고 있는 파우치 소장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언론브리핑하고 있는 파우치 소장 (사진=뉴시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29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것은 부스터샷으로 중화항체 수치가 2차 접종보다 몇 배 더 늘어난다는 것”라며 “부스터샷이 최소한 새 변이에 대한 부분적 보호막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어 1일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특정한 변이를 겨냥해 제조되지 않은 백신도 면역력 향상을 통해 다른 변이에 파급적인 보호 효과를 낸다”며 “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에도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보호 효과를 제공할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지난 6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돌파 감염이 발생해도 접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이 감염을 예방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질병을 예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백신은 심각한 질병과 입원, 그리고 사망을 예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신을 접종하면 호랑이는 고양이로 변한다. 여전히 좋은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죽거나 병원에 입원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결국,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 발생에도 부스터샷을 접종하고 기존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추이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은 불완전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면역 반응을 제공하고, 마스크, 거리두기 등 기존 방역 수칙들은 여전히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 “현재 한국 내에서 급증하는 바이러스는 오미크론이 아닌 델타라는 것을 기억하라”며 지나친 경계 대신 현재 시행 중인 방역 수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아직 정확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백신이 아예 무력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 역시 ‘변종’이 아닌 ‘변이’이므로 중증화 위험 감소 등 여전히 주요한 보호막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오미크론에 대응해 부스터샷 대상을 확대하며 추가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부스터샷과 기존 방역 수칙밖에 없다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참고 자료]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인터뷰

기초과학연구원

변종과 변이

NIH Dir. Collins: COVID vaccines will 'most likely' protect against omicron variant, but too soon to tell (FOXNEWS)

Dr. Gottlieb: The vaccines might be sufficient to control spread of new Covid variant (CNBC)

파우치 “부스터샷, 오미크론 중증 예방에 효과 있을 것”

“미국, 오미크론 맞설 최선전략으로 부스터샷 설정”

[팩트체크] 코로나 ‘돌파감염’ 때문에 백신 맞아도 소용 없다?

부스터샷 독려하는 각국 정부…파우치 "오미크론 중증 예방에 효과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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