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로 태동된 노란봉투법
계류법안만 8개...여야 입장 극과극

2022년 국회는 여야 간의 강대강 대치가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상반기에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으로, 하반기에는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으로 여야가 맞붙고 있다. 노동자들이 사측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는 걸 막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노동 3권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주장과 노조의 불법행위를 방치하는 법이라는 주장으로 찬반 입장이 갈린다. <뉴스포스트>는 올해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노란봉투법’ 논쟁의 합의점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2014년 당시 진행됐던 노란봉투 캠페인. (사진=아름다운재단 제공)
2014년 당시 진행됐던 노란봉투 캠페인. (사진=아름다운재단 제공)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국회는 산적한 정치 현안과 하반기 정기국회 일정, 다가올 국정감사 준비 등으로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중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 4월 일명 ‘검수완박법 파동’이 이번에는 노란봉투법으로 재현될 전망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검수완박법 때처럼 거대 양당 간 대립이 아니라 재계와 노농계까지 합세해 완벽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노란봉투법의 유래는 지난 2014년 법원이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했다.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 7천 원을 노란색 봉투에 남아 보낸 것이 캠페인처럼 번졌다. 가수 이효리 씨와 이소연 박사 등 유명인사들도 모금에 참여하면서 열기는 더욱 불타올랐고, 모금 111일 만에 총 4만 7천여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최종 목표액인 14억 7천만 원이 달성됐다.

개별 노동자가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금액을 갚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각에서는 노종조합 활동에서 발생한 피해를 기업이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사실상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위축시킨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2015년에는 노조 활동으로 입은 손실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소송 제기와 가압류 집행 등을 제안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노란봉투법의 시초였다.

현행 노조법에서 지적되는 조항은 2, 3조다. 2조는 노동자와 사용자 등의 정의를 내리는 조항인데, ‘사용자’를 사업주나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라고 정의한다. 이 때문에 하청 노동자나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은 원청을 상대로 노동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노조법 3조에서는 사용자는 노조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 쟁의 행위의 범위가 좁기 때문에 기업이 손해 배상 소송 청구를 통해 노동 활동을 압박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노동계는 2, 3조를 개정해 거액의 빚을 떠안지 않고도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15일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지난 15일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뭉친 야권과 나홀로 반대 여당

노란봉투법은 발의된 지 7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산적한 국내외 현안에 묻히고, 당시 다수당이었던 보수 정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서는 2020년 6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같은 당의 노웅래 의원이 발의한 것까지 총 8개의 노란봉투법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에게 사측이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쌍용차 사태와 비교하면 8년 만에 금액은 10배로 껑충 뛰어올랐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까지 야권이 일제히 합세해 노란봉투법의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야권이 일제히 뭉치는 동안 여당인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강하게 비토하고 있다. 해당 법안으로 불법 파업과 노조원들의 불법 행위를 막을 길이 봉쇄될 뿐만 아니라 기업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특히 중국 후한 말기에 일어난 농민 반란을 일컫는 ‘황건적의 난’을 인용하며 노란봉투법을 ‘황건적 보호법’이라고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조의 파업으로 기업들의 피해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손실액은 최소 4조 1400억 원 이상이다. 이는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한 최소 수치로 실제 피해액은 이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별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 역시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 손잡고가 손해배상가압류소송 197건을 확보해 각종 기업들의 파업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손해배상액만 3160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금액뿐만이 아니다. 국회 연구단체 생명안전포럼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자 한 명이 소송을 당하면 1심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평균 26개월”이라며 “사측의 소송으로 피고가 돼 평균 2년 넘게 가늠할 수 없는 압박 속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제21대 국회에 계류된 8개의 노란봉투법은 소송의 압박 없이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본 골자는 비슷하나, 법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이 손을 잡은 가운데, 법안의 틀은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완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검수완박법 사태 때와는 달리 현재 여당은 보수정당이다.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상황은 반전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여론은 노란봉투법의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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