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내정자, 다음 달 24일 정기 주총서 최종 선임 예정
내부통제 개선·비은행 강화·노조 반발 해소 등 숙제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관치 논란을 뚫고 차기 회장 내정자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낙점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전직 관료가 수장을 맡게 된 건 NH농협금융지주에 이어 임 전 위원장이 두 번째다.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비은행 사업 확대와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의 화학적 결합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거센 내부 반발을 어떻게 해소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6일 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임 전 위원장은 다음 달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3년 임기의 우리금융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정통관료 출신인 임종룡 회장 후보자는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 실장(장관급),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냈다. 2013년부터 2년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고, 금융당국 수장 시절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 관여했다. 

임추위는 임종룡 후보자를 내정한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서 우리금융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원들은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금융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와 경제정책 전반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 후보자가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임추위는 “우리금융이 과감히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임 전 위원장은 이번 우리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2차 후보)에 오른 4명 중 유일한 외부 출신이다. 외부 출신인만큼 우리금융의 고질적인 문제인 상업·한일은행 출신 간 내부 파벌 갈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중립적인 리더십으로 그룹 쇄신 이끌 것이라는 판단이다.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본사 벽면에 우리금융 노조의  시위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본사 벽면에 우리금융 노조의  시위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고객 신뢰 회복·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 현안 산적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일성으로 ‘조직 혁신’과 ‘새 기업문화 정착’, ‘신뢰받는 그룹’ 등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3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 선정 후 입장문을 통해 “조직혁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금융은 지주와 은행 등 자회사 15곳 중 9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대거 만료된 상황이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옛 상업은행과 옛 한일은행 출신 사이의 파벌 다툼과 오랜 기간 정부 소유의 회사였던 만큼 정치권의 인사 개입이 해묵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외부 출신인 임 내정자는 내부 파벌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 능력 위주의 인사로 조직 혁신에 힘을 실을 것으로 기대된다. 

잇단 금융사고에 따른 고객 신뢰 회복도 시급하다. 우리금융은 파생결합펀드(DLF)·라임펀드 사태는 물론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불법 외화송금 등 미흡한 내부통제로 뭇매를 맞았다. ‘신뢰받는 그룹’은 연이은 사고로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도 과제다. 우리금융은 KB·신한·하나 등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증권사나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내부에선 금융 시장 및 사업구조를 잘 아는 임 내정자가 인수합병(M&A)으로 증권 등 비은행 사업 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은 벤처캐피털(VC)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추가로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임 후보자가 ‘관치’ 문제에 대한 비판을 어떤 식으로 해소해 나갈지도 주목된다. 우리금융 노조는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본점 1층에서 ‘금융 관치 논란’을 언급하며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박봉수 우리금융노조 의장(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임종룡 전 위원장의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도전은 모순의 극치"라며 "(임 전 위원장의 회장 선임을) 막기 위해 영업을 중단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임 내정자는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2026년 3월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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