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호 첫 우리은행장에 김종득·김정기 2파전 예상
주총 전 이례적 경영 행보에...불편한 시선도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임종룡 회장 내정자의 취임을 나흘 앞둔 우리금융지주가 대대적인 인사 쇄신에 나서면서 차기 우리은행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우리은행 관계사 대표 자리로 이동하면서, 금융권에선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와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의 2파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거쳐 임종룡 내정자를 회장에 선임한다. 이어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하는 경영승계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경영승계프로그램은 주요 보직자 3~4명을 후보군으로 정하고, 일정 기간 성과를 분석한 후 최적의 후임자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절차다.
지난해 3월 취임해 오는 12월 말까지 임기가 남아있던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은 지난 7일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원덕 행장은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선 내부 출신이 후보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임종룡 내정자과 경쟁한 후보군과 이번 자추위에서 계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 등이 거론됐는데, 이 중 박화재 전 사장은 우리은행 윈P&S 대표로 내정되면서 차기 후보에서 빠지게 됐다. 윈P&S는 우리은행 행우회가 지분 100%를 소유한 부동산 자산관리·가구·인쇄 회사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차기 우리은행장직을 두고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와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의 2파전 양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는 1990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비서실 실장, 본점영업본부장, 검사실 본부장, 자금시장그룹 상무,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보등을 역임하며 그룹 내 입지를 다졌다. 지난 2020년 우리종합금융 대표로 선임돼 2년간 실적 성장과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본시장 경험이 풍부한만큼 올해 초 우리금융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는 1989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에서 경영감사부장, 전략기획부장, 개인영업전략부장, 기업그룹장 부행장,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냈다. 영업과 인사 전반에 걸친 업무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지난 2020년 초 우리은행장 숏리스트에 포함됐으며, 올해 초 우리금융 차기 회장 롱리스트에 올랐다. 지난 2021년부터는 우리카드 대표를 맡았는데, 지난해 카드업계에서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하나카드를 앞지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와 전상욱 전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 등도 물망에 오른다.
한편, 임종룡 우리금융 회정 내정자의 광폭행보에 불편한 시선이 나오고 있다. 오는 24일 주주총회가 남아있지만 인사 및 조직 개편 단행, 노동조합과 영업점 방문 등 본격 경영에 돌입했다는 것.
앞서 차기 회장 후보로 임 내정자가 거론될 당시 노조를 중심으로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후보 선임을 반대하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 임 내정자는 후보 확정 후 가장 먼저 우리금융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또한 2월 말에는 우리은행 남대문시장 지점을 방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방안 등을 점검했다.
지난 7일에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우리PE를 제외하고 카드, 캐피탈, 종금 등 재임 2년 이상 임기만료 자회사 대표를 전원 교체했다. 우리금융 자회사 14곳 중 7곳에 새 인물이 추천됐으며, 우리금융 내 총괄사장제, 수석부사장제가 폐지되고 11개 부문이 9개로 축소되는 등의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일각에선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될 경우 조용히 업무 준비를 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으로, 임 내정자의 ‘광폭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도 취임을 앞뒀지만, 별다른 외부 활동 없이 조용병 현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며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주총회 전이긴 하지만 경영을 하는 데 있어 노조와의 관계도 챙겨야 하는 부분”이라며 “임원 인사는 앞으로 꾸려가야 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