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로서 교통정책의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니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교통비 관련 이슈가 계속 공론장에 오르고 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와 연계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문제로 한동안 들끓더니 인상된 택시 요금이 서울의 밤 풍경을 바꾸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요금 부담이 커지자 장거리 승객이 줄고, 할증이 시작되는 밤 10시 정도만 되면 식당 손님이 줄고, 버스나 지하철 막차 시간 즈음이면 도심이 한산해진다는 것.

마을버스를 타는 승객들. 철도와 달리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교통 복지 분야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마을버스를 타는 승객들. 철도와 달리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교통 복지 분야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택시 요금 인상 여파를 몸소 체험하는 시민들은 심야버스 증차나 지하철 막차 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정책 행위자들은 경제 논리에 근거한 요금 체계를 고민하고 있고, 정책 수혜자들은 복지 논리에 근거한 교통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정책은 경제와 복지 사이에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복지로서 교통정책

‘복지(福祉)’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라고 사전에서 정의한다. 복지국가는 국민 전체의 복지 증진 및 행복 추구를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보는 나라를 말한다. 다시 말해 복지국가는 생존권 보장은 물론 사회 보장 제도까지 완비한 나라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국가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한편으로 지나친 복지는 노동 의지, 자기 발전에 대한 욕구들을 저하해, 자발적인 발전이 없는 정체된 사회로 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양날의 검이기도 한 복지의 장단점을 고려해 ‘능동적 복지’ ‘선택적 복지’, 혹은 ‘맞춤형 복지’ 등으로 세분화해 정책에 반영하는 나라들이 많다. 우리나라도 선거 때면 복지의 범위가 공약으로 소환되고, 선거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곤 한다. 그 연장선에서 교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나오고 있다. 교통은 복지의 영역인가?

교통정책은 ‘사람과 재물의 장소적 이동’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들어 주려는 일련의 정부 활동이다. 법률을 예로 들면, 「국가교통체계효율화법」은 ‘국민생활의 편의를 증진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목적으로 제정했고,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 교통편의와 교통체계의 효율성 증진’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교통정책을 대표하는 법률들은 대개 ‘효율성’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로 미뤄보면 대한민국 교통정책은 경제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권도 교통안전과 사회적 비용 절감 관점에서 바라보니까 경제적 이유가 포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복지정책을 주관하는 부처는 보건복지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지부만의 독점 영역은 아니다. 복지 개념이 사회 전 분야로 넓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이나 문화, 환경 등 다른 부처에서도 복지 개념을 접목한 정책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통부문 복지정책은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등에 명시돼 있다. 복지정책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법이다. 교통정책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에서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으로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있다. 

이렇듯 교통을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한 법률들이 있지만 교통복지는 아직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용어가 아니다. 그래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교통 분야나 복지 분야의 하위 분야가 아닌 ‘교통복지’라는 독자적인 분야로의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통정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와 복지정책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많다. 업무 영역 경쟁이 아니라 정부 차원, 즉 관계부처가 함께 나서 개념과 범위를 정리하고, 나아가 제도까지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의 교통약자를 위한 차량.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경기도 성남시의 교통약자를 위한 차량.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해외의 교통복지 사례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거나 기존 정책을 수정하려 할 때는 법률로 정한 절차가 있다. 특히 타당성 검토를 위한 전문가의 연구가 중요한데 여기에는 해외 선진국 사례 분석이 빠지지 않는다. 선진국이 이렇게 했으니 우리나라도 따라 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이동권과 교통복지 관점에서 연구한, 2014년 교통정책연구원의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 지하철 경로무임승차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도 해외 사례가 여럿 나와 있다. 여기에서는 선진국의 교통복지정책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 유형은 교통복지를 ‘선택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한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은 교통약자에게 다양한 교통서비스 제공 의무를 법제화했고, 특별교통수단을 대중교통의 위상으로 승격시켰다. 영국은 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권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래서 교통약자들에게 교통수단을 직접 선택하게 하는 등 이동권 충족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국민에게 ‘교통권’을 보장한 프랑스다. 교통이용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교통법 체계를 근간으로 지역적, 경제적, 신체적 차이를 넘어서 일반적 교통 이용 여건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과거 좌파 정부가 마련한 정책을 2010년에 집권한 우파정부가 계승하는 등 프랑스에서는 교통권을 국민의 기본 권리로 승화했다.

세 번째 유형은 일본으로 교통복지 문제를 도시정책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본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을 지원한다. 이때 무장애화, 즉 베리어 프리(Barrier-Free)를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서 철도, 버스, 공항 등의 여객시설을 대상으로 고령자와 장애인 등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이동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교통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발전한 국가의 성공한 제도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위의 세 유형 또한 우리나라 교통복지 정책에 시사점을 준다. 이동권 혹은 교통권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면서 필요한 이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주는 선택적 복지로 기능해야 하는 점, 지역마다 인구 구성과 경제 상황이 다르므로 지방정부에서 자기 사정에 맞게 적용해야 하는데 이때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사례가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신념과 정당을 떠나 그 철학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선거로 정권이나 지방정부가 바뀌면 예전 정책을 흔드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라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편으로 요즘 불거지는 대중교통 이슈는 ‘교통이 복지의 영역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만약 교통이 복지의 영역이라면 질문을 더 자세히 던져야 한다. 교통부문 복지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그런 교통복지정책이 끼칠 효과는 무엇인지. 정부,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다면 이러한 근본적 질문부터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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