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비례후보다] 김은희 미래한국 23번 “인권 문제, 당과 타협 않겠다”
[나는비례후보다] 김은희 미래한국 23번 “인권 문제, 당과 타협 않겠다”
  • 이별님 기자
  • 승인 2020.04.0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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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미래통합당 비례23번 후보 인터뷰
체육계 미투 1호에서 보수 청년후보로
“피해자들, 나같은 고통 겪어선 안 돼”

비례대표는 ‘소수’다. 비례대표는 각 정당의 ‘메시지’인 만큼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소수의 사회구성원으로 구성되는 게 일반이다. 민의의 정당인 국회에 조금 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정치 공간에서 배제되기 일쑤인 소수자들을 위해 비례대표는 존재한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며 각종 ‘비례정당’이 쏟아졌다. 비례대표는 인물보다 정당선거이기 때문에, 국민의 손으로 투표를 해놓고도 각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보기 어렵다. 그래서 <뉴스포스트>는 4·15총선 특집으로 비례후보들의 면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소수를 대표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들을 국회로 보냈을 때,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비례대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풀어가고자 한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제가 이를 악물고, 힘든 거 다 버티면서 승소하려고 애썼던 이유 중 하나가 다른 피해자들이 저와 같은 고통을 겪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나에서 끝을 내야지 다른 피해자들이 또 겪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꼭 이겨서 문제점을 고쳐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일 계속하다 보니 이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사진=이별님 기자)
(사진=이별님 기자)

테니스 구장에서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김은희 후보는 지난 2018년 ‘체육계 미투’ 사건으로 이름이 알렸다. 아동 성폭력 피해를 당한지 16년 만에 가해자를 고발했고,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더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사회와 맞서 싸워 승리한 그는 올해 1월 당시 자유한국당의 영입 인재로 발탁돼 다시 한번 세상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여성과 아동 인권을 위해 싸워왔던 그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가 되자 신선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우려와 비난 여론도 거셌다. 하지만 김 후보는 정계 입문을 후회하지 않았고, 인권에 대한 신념 역시 꺾이지 않았다. 보수 정당 내에서 그가 꿈꾸는 정치는 무엇일까. <뉴스포스트>는 이달 3일 서울 영등포구 인근에서 김 후보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이별님 기자)
(사진=이별님 기자)

Q. 요즘 근황에 대해. 총선 선거운동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미래통합당 1호 인재인데, 공천 과정에서 뒷순번으로 밀려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A. 요즘 선거운동을 하면서 제 역량으로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당직자 분들과 지도부와 회의를 많이 한다. 관련 정보도 공유하고. 시간이 되는 한에서 선거운동도 같이 다니면서 국민들께 인사를 드린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순번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제 앞에 워낙 훌륭하시고, 출중하신 분들이 많다. 순번이 밀렸다고 서운함을 느낀다면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게 23번이라는 번호를 주신 것도 그분들에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23번 안에 들지 못한 분들도 계시고, 40번 안에 못 드신 분들도 계시다. 제가 앞 번호로 가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정치 시작할 때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A. 다들 말리셨다.(웃음) 주변에서는 제가 힘들고 상처를 받을까 봐 만류했다. 저 또한 정치에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찾아온 기회였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저를 선택해주셨고, 제게 기회를 주신하고 하시니 뭔가 새로운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제가 해야 하는 일,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제게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저를 걱정했던 주변분들도 제가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공감해주신 다음에는 제 선택을 존중해 주셨다. 염려가 응원으로 바뀌었다.

Q. 영입 당시 “한국당 하면 인상부터 썼다”라고 말한 점이 인상 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당한 것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입당 결심한 계기를 듣고 싶다.

A. 다른 정당은 인권 문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제가 아니어도 충분히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래도 당시에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한국당은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당이었다. 이 때문에 제가 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입당을 선택하고) 욕을 먹었던 것을 미루어보면 다른 분들이 갔어도 비난을 받거나 욕을 먹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더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욕심도 없는 제가 가서 욕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고, 치열하게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변화를 이끌어내서 (인권 문제에 대해) 다른 분들과도 연대해 나가는 것. 그게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Q. 최근 이슈인 ‘N번방 사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법이 워낙 엽기적이다보니 가해자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피해자의 ‘평범한 생활’을 위한 제도적 도움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성범죄에 있어서 피해자 인권 향상을 위한 로드맵이 있을지 궁금하다.

A. 저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 문제는 이미 벌어졌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 때문에 발생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우선으로 둬야 하는지는 어렵다. 처벌 강화가 우선인지, 피해자 보호나 지원이 우선이 돼야 하는 건지, 피해자들이 신고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게 우선인지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어느 한 개를 택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Q. 국회의원이 되면 ‘1호 법안’으로 어떤 법안을 내고 싶은지.

A.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회복. 이 두 가지가 같이 진행이 돼야 한다. 가해자의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회복되거나 일상으로 돌아온 게 아니다. 그렇다고 피해자 회복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면 범죄 근절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두 가지를 같이 병행해야 한다. 추진력 있게,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고 싶다. 패키지 법안식으로 말이다.

Q.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A. 처벌 강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최근의 N번방 사건의 경우 다른 성범죄 문제와 다르게 치부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일반적인 성범죄와 다른 게 아니다. 성범죄 범주에 디지털 성범죄가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성착취는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성범죄 역시 성폭력 특별법이나 아청법을 적용해서 가중처벌을 하거나, 형을 더 무겁게 받을 수 있도록 양형기준도 수정해야 한다. 법이 무서워서라도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말이다. 법이 너무 가벼우니까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거다.

아동 성범죄의 경우 아동 학대와 마찬가지로 신고 의무자가 있다. 신고 의무자에 대해서도 의무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방안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고 의무를 어겼을 때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범죄 피해를 인지했는데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엄격히 처벌해야 피해가 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묵인하는 사람이야 말로 한편으로는 공범일 수 도 있다.

책임자, 관리 감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 내 운동선수들의 경우 이를 관리 감독하는 의무가 학교장에게 있다.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가해 행위가 일어난 환경 자체에 대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가해자 처벌만이 답이 아니라 사건을 방관하는 사람들 또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해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주위에서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회적 기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Q. 미투운동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피해자들이 나서서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을 많이 부담스러워한다. 당사자로서 먼저 용기를 내셨는데, 그런 용기를 갖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무언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 가장 필요한 것이 뭐가 있을까.

A. 저 또한 제 사건을 진행하면서 느낀 게 많았다. 정말 믿고 의지할 만한 기관도, 사람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법이나 시스템에 대해 신뢰가 없는 거다. ‘나를 지켜주는 게 맞나.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게 맞나’ 생각해봤을 때 그게 아니니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거다.

제가 이를 악물고 힘든 거 다 버티면서 승소하려고 애썼던 이유 중 하나가 다른 피해자들이 나와 같은 고통을 겪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고통은) 나에서 끝을 내야지 다른 피해자들이 또 겪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꼭 이겨서 문제점을 고쳐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이런 일을 계속 하다 보니 이 자리에 오게 됐다.

Q. 국가적인 피해자 법률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A. 법률 서비스뿐만이 아니다.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직후나 피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른다.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당장 내일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성폭력 문제 관련) 활동가나 법률가에 비해 정보나 지식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피해자에게는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이해시켜줘야 하는 조력자들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을 조력해주시는 분들의 복지나 일자리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할 거 같다. 조력자들의 대우가 나아져야 이들이 피해자들을 더욱 잘 도울 수 있다. 돈만 준다고 해서 피해자가 갑자기 잘 살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피해자들이 더욱 강해지고, 치유될 수 있도록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선변호사분들이야 말로 정말 ‘헌신’이다. 국선변호사 지원 제도가 너무 열악하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또 다시 상처받고,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Q. 스포츠인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운동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남녀노소 불구하고 유독 폭행에 관대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이를 근절시킬 복안이 있을지.

A.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포츠인이라는 프레임이 있다.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자 다움을 강요받듯 스포츠인들은 스포츠인 다움을 강요받는다. 스포츠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성범죄나 폭력을 ‘인내해야 하는 것’, ‘쿨하게 넘겨야 하는 것’, ‘눈 감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스포츠인 다움을 강요하는 인식 때문인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강요한 인식은 아니지만 스포츠인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 이게 사회 전체의 잘 못인지, 스포츠인들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또한 변화와 교육이 필요하다. 만약 폭행당했을 때 부당함을 느낀다면 얼마든지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때리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포츠인이기 때문에 이런 걸 누군가에게 말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만연한 거 같다.

(사진=이별님 기자)
(사진=이별님 기자)

Q. 현재 미래한국당 내 ‘최연소’ ‘여성’ 후보인데. 청년으로서 기성 정치권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하다. 국회 내 청년 정치인에게 이 질문 하면 십중팔구 한숨부터 쉬더라.

A. 어려울 거라고 이미 알았다. 어려움을 예상하고 부딪히겠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 제 말에 귀를 많이 기울여 주시고, 제 말을 들어주시는 게 제일 신기했다. 청년이라서, 여자라서 제 말을 안 들어주시려는 게 아니라 제 말을 더 들어주시려고 노력했다. 정치인 분들이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는 게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분들 기억에 얼마나 남을지는 몰라도 그 자리에서만큼은 제 말에 귀 기울여주시는 걸 보면 정치권 밖에 있었을 때와 생각이 많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다.

Q. 보수 정당에 유독 ‘여성 청년’ 지지자들이 적은 것 같다.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묘수가 있을지. 비례대표로서 선거운동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저 또한 3포 세대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 비혼주의자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결혼을 못해서다. 현실이 그렇다. 학자금 대출을 내고 있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 청년들의 현실을 저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 그들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대표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저는 2017년도에도 학부생이었다. 20대 후반에도 20대 초반 동기들과 어울렸다. 대학생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동떨어지지 않는다. 그 밖에도 제 주변에는 30대 지인들도 많다.

공감이라는 것은 같은 아무래도 같은 경험을 해야 가능하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기성 정치인 분들은 청년 문제를 공감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고 (웃음), 자녀분들이 청년이라고 해도 각자의 환경에 따라 청년들의 문제에 공감을 하시는지 아닌지 갈린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그분들께 계속 청년들의 어려움을 알리겠다. 그분들이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면 아무것도 못한다. 이해 못하시더라도 이게 현실이니까 한번 고민해달라고 이해를 바라는 게 욕심 같다. 저는 제가 내야 하는 목소리나 역할에 있어서 만큼은 그분들께 맞춰가지 않겠다. 한국당에 와서 이분들을 설득해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쪽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많이 도와주셔야 할 거 같다.

Q. 지지자와 유권자들에 하고 싶은 말씀.

A. 저와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분들. 여성과 청년, 피해자, 소수자, 약자가 될 수 있다. 그분들께 믿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제가 기성 정치인과 같아지고, 닮아가겠다는 게 아니다. 저와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저와 같은 정체성을 갖고 있는 분들을 위해 (기성 정치인에) 맞서서 용기를 내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만큼에 대해서는 절 믿고 미래한국당을 뽑아달라. 저니까 뽑아달라는 게 아니라 그분들의 마음이 움직였으면 좋겠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들을 비난하거나 미워하기 싫다. 제가 부족하고, 당이 부족한 것이니까. 노력한다면, 결과적으로 보여준다면 언젠가 그분들도 믿음을 주실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함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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