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인터뷰
최연소 비례후보가 ‘여성’ 분야로 도전한 이유
“불법촬영, 국가 주도로 영상 삭제 지원해야”

비례대표는 ‘소수’다. 비례대표는 각 정당의 ‘메시지’인 만큼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소수의 사회구성원으로 구성되는 게 일반이다. 민의의 정당인 국회에 조금 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정치 공간에서 배제되기 일쑤인 소수자들을 위해 비례대표는 존재한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며 각종 ‘비례정당’이 쏟아졌다. 비례대표는 인물보다 정당선거이기 때문에, 국민의 손으로 투표를 해놓고도 각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보기 어렵다. 그래서 <뉴스포스트>는 4·15총선 특집으로 비례후보들의 면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소수를 대표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들을 국회로 보냈을 때,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비례대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풀어가고자 한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최연소’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청년이 있다. 만 25세의 나이로 4·15 총선에 뛰어든 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박 후보는 누군가 자신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기보다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말했다.

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이별님 기자)
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이별님 기자)

박 후보는 불법촬영의 피해자다.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매달 5-60만 원의 허름한 집에서 월세를 살았다. 자신의 집에서 씻고, 밥을 먹고, 잠드는 일상을 보내던 박 후보는 어느 날 누군가가 자신의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사실을 알게 됐다. 순식간에 집은 편안한 공간에서 관음의 대상으로 변해버렸다.

박 후보는 “(불법촬영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제도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제 박 후보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현실 정치로 뛰어들었다. 당 비례대표 후보로는 ‘청년’ 분야로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여성’ 분야로 신청했다. 지난 2일 <뉴스포스트>는 박 후보를 만나 그가 꿈꾸는 세상을 물었다.

다음은 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와의 일문일답.

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이별님 기자)
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이별님 기자)

 

Q. 현 비례대표 후보 중 최연소다. 20대 중반이라는 파격적(?)인 나이인데,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우선 어렸을 때부터 (시의원이신) 어머니를 따라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조직된 시민운동을 접하게 됐다. 촛불집회도 나가고,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라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20살이 되자마자 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에서 평당원으로 활동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청년이고 여성인데 누군가 내 목소리를 대변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목소리를) 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당선이 될거야’라고 희망하면서 도전한 건 아니다. 당선이 되던 안 되던 도전을 해보자고 한 건데 후보가 됐다. 저는 제가 후보가 된 것이 정치적 염원이라고 해야하나, 많은 분들이 청년 정치인이 나오길 바라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Q. ‘청년’ 비례후보보다 ‘여성’ 비례후보를 강조하던데. SNS에서는 “청년의 안녕보다 여성의 생존과 안전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지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다.

정당 활동을 하면서 정치의 영역에서는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가 작다고 생각했다. 먼저 SNS에 올린 글은 청년과 여성을 구분지어서 말하려고 한 의도는 아니었다. 청년도 힘든데, 청년 여성은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는 거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대학 때 5-60만원 월세를 꼬박 내면서 살았다. 좋은 집도 아니었고 집 하나 없는 게 서러웠다.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엄두도 못 냈다. 이런 건 일반적인 청년의 고민이다. 그런데 전 그 집에서 불법촬영을 경험했다. 청년으로 사는 것도 힘든데, 청년이고 여성이면 더 힘들 수 있겠구나 알게 됐다. 그렇다면 내가 청년,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전 최연소 비례후보인데, 청년 후보로 지원했어도 좋았겠지만 여성부문으로 지원했다.

Q. SNS를 통해 ‘도촬’ 피해자임을 밝혔다. 전형적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인데, 피해사실을 공유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저는 집에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찍혔다. 평범하게 양치하고 옷 갈아입고 그런 게 찍혔는데, 너무 힘들었다. 유포된 영상이 3일 전에 사이트에 업로드 되었는데, 조회수만 12만 명이었다. 그런데 불법촬영 영상은 화장실 영상이나 성관계 영상이 더 많다. 그 피해자들은 심적으로 더 어렵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결국 범인도 잡지 못했다. 저희 집을 얼쩡거리던 사람이 의심이 됐는데, 경찰에게 수사해달라고 하니 그 사람을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 그러면 휴대폰이라도 수사해달라고 했더니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이 나와야하는데 그게 안 된다고 했다. 다만 홈페이지 웹하드 운영자만 재판 중에 있고, 그런 상태다.

Q. N번방 사건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재생산, 유포되는 동영상에 피해자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 피해자의 ‘평범한 생활’을 위한 제도적 도움은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저는 국가 주도로 (피해) 영상들을 다 지워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뒤) 어떻게 하느냐면, 먼저 경찰서에 가서 신고 접수를 한다. 제가 경찰에 ‘영상부터 빨리 지워달라’고 요청했더니, 못 지운다는 답변을 들었다.

특정 사이트에 유포된 영상을 지우려면, 영상 속 얼굴이 동일인물이 확인돼야 하고 음란성도 증명해야 한다.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을 거쳐서 신분증 얼굴과 영상에 나온 얼굴을 캡쳐해서, 사이버경찰청에 영상 삭제를 접수해야 ‘검토’ 후 영상이 지워진다. 저는 집에서 샤워하는 영상이 찍혔는데 ‘몇월며칠에 영상이 찍혔고, 이 사람이 나다’라는 내용을 한 페이지로 글을 써서 접수했다.

그런데 영상은 모두 지워지는 게 아니라 해당 홈페이지에서만 지워진다. 이미 그 영상은 다른 곳에서 퍼온 영상이었다. 저는 지금까지 제 영상이 어디서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모른다. 지우고 싶어서 알아봤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 여성단체에서 지워주는 경우도 있지만 워낙 사례가 많다보니 못한다.

국가주도로 성범죄 영상 유포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원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하는데 영상 몰수에 대한 법안이 없다. 대부분 가해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데, 다시 영상을 올릴 수 있다. 그걸 빼앗아 와야 복구가 안 되는 거지 않느냐.

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이별님 기자)
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이별님 기자)

Q.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도 있다.

저도 2차 가해를 받은 적 있다. 불법촬영 수사를 진행하면서, 한 수사관이 저희 집에 와서 조사를 진행하다가 담배를 피면서 ‘왜 문을 열어놨냐’고 묻더라. 그게 너무 상처였다. 수사기관에서 성인지감수성을 길러야 한다고 권고하는데, 그것을 갖추지 못한 경우엔 처벌하는 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생존의 문제인데,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문제구나 싶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N번방 가해자는 ‘실수로’ ‘호기심에’ 들어갔다면 처벌을 다르게 해도 된다는식으로 발언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울컥했다.

N번방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어떤 분들은 ‘여자들도 즐겼다’, ‘돈을 받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여성이 동의했건 안 했건 여성이 성상품화됐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왜 여성이 성상품화 되어야 하는지 국민들이 의문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유희로, 여성이 대상화되었다는 것.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민주당 비례대표에서 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적을 바꾸면서 순번이 많이 뒤로 밀리게 됐는데. 아쉽지는 않은지.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아쉽다. 하지만 시민당은 시민단체와 군소정당에게 기회의 평등을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당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결정을 내렸고, 그 부분은 존중한다. 제가 민주당에서 시민당으로 넘어올 때 탈당계에 ‘선당후사의 이유로 탈당함’이라고 적고 나왔다.

Q. 유권자와 지지들에게 하고싶은 말씀.

왜 더불어시민당을 찍어야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의 또 다른 이름은 청년이었다. 5·18민주화운동 투사의 이름은 청년이었고, 분단된 나라의 통일운동가 이름도 청년이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때마다 청년들이 희생하며 위기를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시민당은 청년들의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들이 있다. 청년 유권자 분들이 그런 점을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또 저는 선거에 나와서 욕도 많이 먹고, 벌거벗은 채로 대중 앞에 섰다. 제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임하고 있다. 투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책임감을 가지고 투표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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