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입학식 없는 ‘비운의 20학번’
2학기도 온라인 수업 유지...등록금 감면 없어 논란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 대학생 김민지(20) 씨는 올해 20학번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입학식은 물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새내기 배움터(새터) 등 교류의 장이 사라지면서 학교 캠퍼스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김 씨는 “살아가면서 딱 한 번 그 나이에만 겪을 수 있는 추억들을 쌓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허무하고 아쉽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됨에 따라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가 비어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탓에 텅 비어있는 서울의 한 대학교 캠퍼스 모습. (사진=이해리 기자)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은 2001년생으로, 이들의 학창시절은 기구할 정도로 많은 일들과 함께였다. 신종플루(2009), 조류인플루엔자(2011) 감염 여파로 운동회 등 학교 행사가 취소됐고, 2014년엔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도 다녀오지 못한 것은 물론,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도 겪었다. 

이후 올해 초에 있었던 고등학교 졸업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교육 당국의 조치로 축소되거나 취소됐으며, 대학 역시 입학은 했지만 캠퍼스 생활은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새로 만난 동기·선배들과 친분을 쌓고 있을 시기이지만 코로나 확산 우려에 비대면 방식의 화상 강의가 진행되면서 동기들도 직접 만나지 못했다. ‘비운의 코로나 학번’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름방학이면 한 학기 동안 친해진 친구들과 내일로 등 휴가를 함께 떠나는 것은 꿈같은 일이 돼버렸다. 실제로 대학생과 취준생(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은 휴가 계획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구인·구직 포털인 알바천국이 대학생과 취준생 1,060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설문한 결과 45.8%가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동일 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보다 ‘휴가가 없었다(19.3%)’고 답한 수치보다 약 2.3배(26.5%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여름휴가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하기 위해(67.4%, 복수 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휴가 비용이 부담스러워서(45.8%), 학업 및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32.7%), 아르바이트 일정 조절이 어려워서(21.4%) 등이 뒤를 이었다.

허무할 정도로 지나가버린 1학기를 뒤로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2학기를 맞이하고 싶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탓에 주요 대학들 대부분 2학기 단계별 비대면 수업 진행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는 A, B, C, D 등 네 가지 수업 운영 방식을 마련해 교과목 특성에 따라 적합한 방안을 실시할 계획이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은 수강 인원에 따라 비대면 수업의 비율을 결정한다. 고려대와 중앙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른다는 방침이다.

2학기 학사 운영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1학기 내내 이어졌던 등록금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앞서 일부 대학은 1학기 등록금 반환 차원에서 등록금의 약 10% 이내의 특별장학금 등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2학기 등록금 감면을 결정한 대학은 한 곳도 없다.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배준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4년제 국공립·사립대학 가운데 2학기 등록금 인하를 결정한 대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 의원은 2학기 등록금 조정 등과 관련해 국내 대학들과 협의가 있었는지도 확인했지만, 교육부는 ‘해당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배 의원은 “이대로라면 대학교의 2학기 등록금이 1학기 수준으로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1학기 등록금 문제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2학기 등록금까지 논란이 된다면 많은 대학생의 집단 휴학까지 우려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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