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 절벽을 우려해 국가적 의제로 다뤄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현재까지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쏟아부은 예산만 225조.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국내 출산율은 나날이 악화되며 세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저출생 문제의 화살은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비혼 청년에게로 향했다. 이들이 선택한 ‘아이 없는 삶’은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개인의 삶의 질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지만, 개인의 ‘이기심’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이제는 ‘출산장려정책’으로 요약되는 국가주도적 저출생 문제 해결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결혼과 출산이 부담되지 않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뉴스포스트>는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이들과 만나 목소리를 듣고,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선 성장, 후 분배’ 정책은 양육과 돌봄, 부양 등 복지의 영역을 가정에 떠넘겼다. 국가가 시민을 보호하고 기르고 돌봐줄 책임을 가족의 몫으로 남기며, 어머니가 된 여성은 독박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혼자 애태우며 직장과 가정을 오가면서도 ‘맘충’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일과 육아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 둘째 아이는 생각조차 못 한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9 출생 통계’에 따르면 둘째아 출생은 전년보다 1만 1,000명(-9.5%) 줄어, 첫째아 8,000명(-4.7%), 셋째아 이상 3,000명(-8.9%)에 비해 가장 많이 감소했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3~4살쯤이 되면 육아 안정기에 접어든다. 혼자인 아이가 외로울까 혹은 아이가 너무 예뻐서 둘째 출산을 생각했다가도, 출산 후의 역할 갈등과 육아 스트레스 등이 떠오르며 이에 대한 마음을 접는다. 국가 차원의 돌봄이 보장되지 않고, 육아 환경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명의 아이를 키워내기는 힘들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뉴스포스트 본사에서 출산 보이콧을 선언한 부모와 함께 출산과 육아, 돌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홍여정 기자)
〈뉴스포스트〉는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뉴스포스트 본사에서 출산 보이콧을 선언한 부모와 함께 출산과 육아, 돌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홍여정 기자)

<뉴스포스트>는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뉴스포스트 본사에서 한 명의 자녀를 출산한 이후 출산 보이콧을 선언한 워킹맘 이 모 씨(40·전문직), 워킹맘 박 모 씨(37·사무직), 워킹파더 김 모 씨(39·공기업) 등 세 명의 부모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부의 계획대로 아이를 출산했습니까? 최초의 자녀 계획과 첫째를 낳고 난 이후 자녀 계획이 바뀌었는지요?

“결혼 3년 차에 남편과 합의해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을 낳고 보니 돈과 건강 등의 이유로 둘째는 못 낳겠더라고요. 특히 맞벌이를 계속하다 보니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처음에는 둘째를 낳지 않는 이유가 금전적인 부분이었다면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가 더 큽니다.”

김 (男) “아들딸 상관없이 두 명을 계획했었지만, 부인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힘들어해 둘째는 접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부인만 동의만 한다면 둘째를 낳고 싶습니다.”

-아이가 동생을 바라지는 않는지요? 만약 첫째가 원한다면 동생을 출산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이가 동생을 원하고 안 원하고는 환경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양가 첫 손주인 데다 친정도 가까이 있어 아이가 심심할 틈이 없어요. 만약 아이가 원한다고 해도 저는 낳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에게 둘째는 사랑이 분산되는 경쟁자로 인식돼 있고요.”

“저는 아직 아이가 동생의 존재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만약 아이가 정말 원한다면 둘째 출산을 생각해 볼 것 같아요.”

- 유엔인구기금의 ‘2020 세계인구현황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 198개국 중 198위로 꼴찌였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1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됐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맞벌이 가구가 늘며 엄마의 역할이 커졌지만 사회의 시선들은 이러한 현실을 쫓아가지 못해요. 예를 들어 저는 회사와 남편, 양가, 학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원만한 관계로 조율해야 합니다. 말이 쉽지 하루하루 외줄을 타는 기분이에요. 이런 상황서 둘째는 엄두도 나지 않는 게 당연하죠. 무엇보다 저는 경제적 안정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맞벌이를 하고 알뜰히 모아 한 명의 아이라도 여유 있게 키우고 싶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사회나 가정에서 화가 나 억울한 일이 생겨도 모든 사람에게 참고 지냅니다. 일과 육아를 하느라 바쁘니 좋게좋게 조용히 가고 싶으니까요. 수험생이 연애할 시간이 없듯이 너무 바빠서 누군가에게 화를 낼 시간도 없어요. 속으로 삭이고 이런 게 반복되는 악순환 상태서 둘째 생각은 더어욱 하기 힘들죠.”

김 (男) “맞벌이 하면서 둘째를 갖기는 힘든 것 같아요. 외벌이를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지만 많은 선배들이 혼자 벌어서는 미래가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회사 부장급 이상을 봐도 맞벌이나 부모지원이 없이는 집 한 채도 못 사더라고요. 아내 역시 이러한 현실을 너무 잘 아니까 외벌이를 본인이 더 반대합니다.”

- 한국 남성이 집에서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독 한국 남성이 육아 참여가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는 확실히 아빠보다는 엄마를 찾고 원해요. 남자가 육아를 덜 하는 것도 이런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남편이 아무리 아이에게 잘해도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가니까요.”

김 (男)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를 더 찾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잘해줘도 엄마가 퇴근해 오는 순간 집안의 공기와 서열이 바뀝니다. 아이 등원 준비도 엄마가 훨씬 더 신속하고 모든 게 안내 손을 거쳐야 마무리가 됩니다. 부익부 빈익빈인거죠. 육아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더 일이 쏠리는. 사회에서도 일 잘하는 사람이 일을 더 많이 가져가듯이요.”

- 그렇다면 부모가 함께하는 육아·양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김 (男) “직장인의 퇴근 후 자유시간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어요. 제가 아이 하원 시키는 걸 팀장은 알면서도 꼭 한 번씩 핀잔을 줍니다. 한번은 정시에 퇴근하는 제게 ‘와이프가 애 안 봐?’라고 묻더라고요. 퇴근 후에도 자신과 놀아줄 직원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아내는 저보다 더 바빠요’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육아휴직을 쓸 때도 팀장의 첫 마디가 ‘승진하기 싫어?’였습니다. 2020년 대한민국의 공기업조차 이런 분위기인데 사기업은 오죽할까요.”

“지금 우리 사회는 워킹맘의 고충을 묵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워킹맘은 일과 육아 두 가지를 하는 여성을 말합니다. 하지만 회사서는 저를 ‘일’만 하는 사람으로, 가정에서는 ‘육아’만 하는 사람이길 원하죠. 가령 아이가 아파 회사에 연차를 쓴다고 하면 ‘일 안 하는 직원’으로 찍힙니다. 반대로 아이가 아프면 주변 어르신들은 정성이 부족한 엄마라고 생각하시겠죠. 물론 일 하는 남성도 마찬가지고요. 남녀 구분 없이 기혼자들이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게 직장 등 우리 사회가 부부를 놓아줘야 합니다.”

- 저출산의 문제를 여성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금 다수의 가정은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사람들입니다. 저출산 문제까지 진지하게 생각할 겨를은 없는 것 같아요. 또한 가정 내 역할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서 저출산이 여성만의 탓은 아니라고 봐요. 저 같은 경우는 일에 치여 그런지 육아는 정말 즐거워요. 단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내일 출근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죠. 아이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머리로는 내일 업무를 하고 있으니까 마음이 쫓기죠. ‘엄마와 직장인’이라는 역할 갈등을 겪으며 아이를 키우는 것도 죄책감이 들고요. 이런 감정을 다시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아요. 군대 또 가기 싫은것과 동일한 이치에요”

워킹맘 박 모 씨가 아이를 하원 시키고 있다. (사진=박 씨 제공)
워킹맘 박 모 씨가 아이를 하원 시키고 있다. (사진=박 씨 제공)

- 정부는 매년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출산장려금, 보육지원정책,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행한 정책 중 실제로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되는 것과 반대로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인지요?

“실효성으로 봤을 때는 정부가 강제하는 것들은 실효성이 굉장히 좋아요. 정책의 주체가 정부인 것들요. 아동수당도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고, 육아 휴직도 내용만 보자면 정말 훌륭한 복지입니다. 하지만 사업장에 시행 권한이 있는 돌봄 휴가와 같은 것들은 실효성이 없어요. 경영진이 관심도 없는데 직원이 먼저 권유할 수 있을까요? 회사는 지극히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곳이에요. 한편으로는 정부가 노동자가 아닌 경영진의 입장에서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경영진들은 보수적이고 변화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습성이 있죠. 때문에 도입할 수밖에 없는 그런 매력적인 정책이 필요해요. 극한 예로 가족돌봄휴를 신청하면 근로자에게 5만 원을 지원해 주는데, 차라리 회사와 직원에게 분배해 준다면 어떨까요. 회사가 굳이 안 해줄 이유가 있을까요?”

김(男) “육아휴직요. 이번 코로나로 가정 보육이 늘어나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제 팔자에 육아휴직도 하다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해요. 팀장은 육아휴직 해주기 싫은 티를 많이 냈지만 인사과에서 흔쾌히 진행해 줬습니다. 출산 후는 엄마가 그리고 돌발적인 돌봄공백이 생길 때 아빠가 각각 육아휴직을 쓸 수만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게 매우 수월할 것 같아요. 다만 육아휴직 동안에도 회사서 연락이 와 스트레스는 받습니다. 심지어 주말에도 업무와 무관한 카톡을 보내 아내와 다툰적도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 함께 일할 동료들이니 이 부분은 제가 감수해야겠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저출산과 비혼 추세로 가고 있습니다. 또 기본적인 생활비와 전세금 대출 등으로 둘만 있어도 부담인데, 양육비까지 감당하기에는 힘들 것 같아 출산을 미루는 신혼부부들도 많아요. 실제로 아이를 한 명 낳을 때 최소한의 물품만 구매해 출산 비용을 합산해도 500만 원 이상이 듭니다. 근데 지원 바우처 금액은 60만 원밖에 되질 않아요. 병원 진료비 등 정말 필요한 곳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아휴직 중인 김 씨가 딸과 둘이 놀이동산에 앉아 있다.  김 씨는 "이번 코로나로 가정 보육이 늘어나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며 "내 팔자에 육아휴직도 하다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김 씨 제공)
육아휴직 중인 김 씨가 딸과 둘이 놀이동산에 앉아 있다.  김 씨는 "이번 코로나로 가정 보육이 늘어나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며 "내 팔자에 육아휴직도 하다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김 씨 제공)

-어떤 사회 환경이 조성된다면 아이를 더 낳을 것 같으신가요? 예를 들어 로또가 당첨된다면?

“저는 로또가 당첨돼도 일은 계속 할거라, 둘째는 안 낳을 것 같아요. 다만 사회적으로 일과 육아 둘 다 충실히 하는 맞벌이 가구를 응원하고 배려하고 그런 문화가 조성된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요. 특히 출산 후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워킹맘들은 대부분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회사의 가장 주요 인력인 연령대에요. 자기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을 갖고 있으니 워킹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좀 사려졌으면 합니다.”

김(男)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벌이 가구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줄 사회적 제도의 강화에요. 이 밖에도 명절 허례허식, 제사, 경조사 등 모든 사회적 문화가 간소화됐으면 합니다. 로또가 당첨된다면 아내를 설득해 둘째를 낳아야죠. 아마 환경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나면 한 명만 키우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겁니다.”

 “윗분들 의견과 비슷하고요. 로또 1등 당첨되면 저는 둘째를 흔쾌히 낳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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