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아이들이 있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십년까지. 시간은 가고 세상은 변하건만 아이를 잃은 부모는 아직 ‘그 때 그 시절’에 머물렀다. 매년 2만여 명의 실종아동이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실종아동 가족의 멈춰진 시간이 다시 흐르길 바라면서. -편집자주-

얼굴 나이변환 그래픽 이미지. (사진=경찰청, 보건복지부 제공)
얼굴 나이변환 그래픽 이미지. (사진=경찰청, 보건복지부 제공)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사회는 눈 깜짝할 새 진보하고, 기술은 따라가기 힘들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화, 정보화 등을 부르짖던 세계는 어느덧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적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자녀의 행방을 모르는 장기 실종아동 부모들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현행법상 실종기간이 1년 이상인 18세 미만 아동은 장기 실종아동으로 분류한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장기 실종아동으로 남은 인원은 771명이다. 이들 중 20년 이상 실종된 아동은 500명이 넘는다. 장기 실종아동 가족 대다수가 최소 수십 년 이상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은 실종 당시에 머물러있을 것 같았지만, 흐르고 있었다.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렸던 기술의 발달은 장기 실종아동 가족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주고 있다. 실종 아동의 사진을 가지고 현재 얼굴을 예측하는 기술이 그 희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이하 ‘연구소’)가 개발한 해당 기술의 정식 명칭은 ‘얼굴 나이변환 기술’이다.

얼굴 나이변환 기술

연구소에 따르면 ‘얼굴 나이변환 기술’은 얼굴 이미지를 나이에 맞게 변환한다. 점이나 흉터 등 사진 속 인물의 고유 특성은 살리면서 주름이나 피부 노화 등 나이대별 특징을 적용해 과거 또는 미래 얼굴을 예측한다. 현재 만 5세부터 80세까지 1세 단위로 세밀하게 과거 또는 미래 얼굴을 예측할 수 있다.

사진만 있다면 특정인의 과거와 미래 얼굴을 예측할 수 있는 ‘얼굴 나이변환 기술’은 범죄 수사나 장기 실종아동 찾기 등에 매우 유용하다. 2016년 초 경찰청에서 공식적으로 기술이 사용됐다. 이후 2019년부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기관의 협력으로 장기 실종아동 찾기에 기술이 활용됐다.

얼굴 나이변환 기술이 적용된 인물 사진.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얼굴 나이변환 기술이 적용된 인물 사진.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인물의 성장과 노화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일반인들도 흔히 쓰는 얼굴 변환 스마트폰 앱과도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얼굴 나이변환 기술’은 나이 변환 시 점이나 상처 등 개인의 고유 특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일반 앱과 차이점이 있다. 보정으로 개인의 특징마저 지워버리는 얼굴 변환 앱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얼굴 나이변환 기술은 실종아동 부모의 얼굴도 참고해 활용한다.

얼마나 비슷할까  
                                                                                     
‘얼굴 나이변환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된 기술일지라도 유사도가 떨어지면 효용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기술을 적용한 모습과 실제 모습은 얼마나 유사할까. 연구소 자신했다. 김익재 소장은 “저희가 내부 기준으로 유사도를 비교했을 때 약 80% 수준으로 유사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살아온 환경이나 비만 등 유전적 요인으로 얼굴 변화가 평균적인 나이 변화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기술 적용 초창기인 2016년에는 12세의 나이로 가족과 떨어진 A모 씨가 38년 만에 가족을 찾기도 했다. 연구소가 38년 전 촬영한 A씨의 증명사진으로 제작한 50세 A씨 예상 몽타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이 몽타주를 지역 일대에 부착한 지 한 달 만에 제보자로부터 연락이 왔고, 실종자와 가족이 만날 수 있게 됐다.

얼굴 나이변환 기술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연구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개발 초기에 학습에 활용된 나이 변환 데이터베이스가 만 5세부터인 탓에 만 5세 미만 어린아이의 얼굴을 변환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또한 사진 화질이 매우 나쁘면 얼굴 특징을 제대로 추출하지 못하게 된다. 추출하지 못하면 변환이 어렵다.                         

연구소는 얼굴 나이변환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소장은 “내부적으로 더 어린아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실험 중이다. 보다 더 어린아이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종 사건의 경우 48시간을 넘으면 사실상 찾을 확률이 현격히 저하되기 때문에 실종 초기부터 빠른 대응을 위하 복합 인지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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