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이며 특히 새우젓 집산지로 알려진 소래포구가 휴일이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소래포구 바로 옆에 위치한 장도포대지는 언제 봐도 한산하다. 즉, 많은 사람이 소래포구는 알고 있어도 장도포대지를 아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 알기에 그만큼 소홀하다는 뜻이고.
예전 인천 연안은 바닷길을 통해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따라서 수많은 상인들이 이곳 인천 연안을 통해 한양으로 이동했다. 그 때문에 이를 노린 약탈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또 조선 말기에는 뱃길을 따라 외국선박들이 자주침범하기도 했다.
이에 조정은 약탈자로부터 백성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포대 시설을 설치했다. 이곳 인천광역시 남동구 소래포구 입구의 장도포대지가 그런 시설 중의 하나였다.
인천광역시 문화재자료 19호로 지정되어 있는 장도포대지의 위치를 정확히 얘기하면 소래 철교 북쪽 끝 왼쪽 섬의 위치다. ‘장도포대지’ 의 '장도'란 섬의 모양이 노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옛 이름이고. 이것을 '노루목' 또는 '노렴'이라고도 불렀다.
다름 아닌 예전 이곳은 노루처럼 생긴 섬이었던 것이다. 또 노루목이란 명칭이 댕구산으로 변했는데 '댕구'란 대포를 뜻하는 옛 말로 대완구(쇠나 돌로 만든 30cm 정도의 탄환을 설치함)라고도 한다. 곧 포대가 있었던 산이란 뜻이다. 이를 한자로 옮긴 것이 바로 장도(獐島)다.
또한, 본래 이곳의 위치는 높은 구릉지였다. 수인선 철도가 건설되면서 산이 깎여 나가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장도포대지가 이곳에 설치되었다는 사실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화도진도'를 통해서 알려졌다.
장도포대지는 조선 고종16년(1879년)에 인천으로 진입하는 이양선을 막기 위해 화도진을 구축할 당시 화도진과 연희진 등 2개의 진과묘도, 북성-제물-호구포대와 함께 축조되었다.
장도포대지는 3혈의 포좌가 설치되어 2혈은 바다쪽을 향하고 있고 1혈은 동남쪽을 향하고 있어 외곽과 내곽의 수비를 담당했던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소래포구와 소래철교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장도포대지 앞에 서자 바닷바람에 실린 비릿한 갯내가 먼저 코를 자극한다. 예전엔 확 트였을 바다가 세월의 변화에 개흙을 드러낸 채 누워있다.
그 맞은편으로 좁다란 철교가 바다를 가르듯 길게 그어져 장도 포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연인들이 함께 손을 잡고 건너면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는 전설 때문인지 여전히 철로 위에 많은 사람이다.
그 아래 작은 배 한 척이 엔진 음을 끈 채 바람에 몸을 맡겨 어지럼을 타고 있다. 어지럼을 타는 배 너머로 카메라 렌즈를 들어 올리자 검푸른 바다 대신 즐비한 상가들이다.
세월이 흘러 지형이 변하고 또 그 기능 역시 상실했다지만 여전히 그 자리 그곳에 늠름히 바다를 내려다보는 장도포대지 앞에서 문득 기시감을 느끼는 건 왜인지. 마치 그 먼먼 옛날 이곳을 지났던 상인의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장도포대지가 듬직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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