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한부모 가정은 약 153만 9천여 명(2018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 수의 7.5%를 차지하는 만만치 않은 숫자다. 이 중 77%가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다. 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 싱글맘이 증가하면서 양육비 분쟁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 단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 <뉴스포스트>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고초를 겪는 한부모 가정에 대한 기획 보도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지난달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아동학대 처벌을 촉구하는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 (사진=양육비해결모임 제공)
지난달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아동학대 처벌 등을 촉구하는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 (사진=양육비해결모임 제공)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충남 천안에서 40대 여성이 자신의 9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약 7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 경남 창녕에서 30대 남성이 9살 의붓딸을 끔찍하게 학대한 사건 등이 연달아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폭력 등 적극적인 가해 행동만이 아동학대는 아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아동학대의 일종이라고 규정한다.

조금 더 나아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닌 학대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는 16일 <뉴스포스트>에 아동복지법에 관한 국회 국민동원청원을 전날인 15일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양육비 미지급이 정서적 학대와 방임 행위임에도 형사처벌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육비해결모임의 청원은 아동복지법 17조(금지조항)에 양육비 미지급을 명시하는 법 조항 개정이다. 강 대표는 “청원을 통해 아동복지법 17조에 ‘양육비 미지급’이라는 단 6글자를 추가하거나 수정해 논란 없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형사처벌 등의 강제 조상이 삽입되길 기대하며, 더 이상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두 번 버리는 잔인한 행위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아동학대죄’로 해결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경제적·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던 싱글대디와 싱글맘의 울분이 실려 있다.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주지 못한다면 국가가 ‘형사처벌’을 해서라도 양육비를 지급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한부모 양육자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사적 제재로 내몰린 양육비 문제

우리나라는 양육비 지급을 위한 청구 소송은 가능하지만, 실제로 양육비를 받아내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고 복잡하다. 법원에 양육비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비양육자의 양육비 지급 의무와 재산 상태까지 한부모 양육자가 증명해야 한다. 소송에 이기더라도 상대방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이라는 또 다른 법적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는 한부모 가정에서 최소 두 번의 법적 절차는 매우 큰 부담이다.

법적 해결이 어렵다 보니 양육비 미지급 해결을 위한 ‘사적 제재’도 출현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단체 ‘배드파더스’ 등이다. 2018년 7월 설립된 배드파더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양육비 또는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다. 밀린 양육비를 합의한 이후에는 신상 정보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지난해 5월 A씨 등 배드파더스 운영진들이 신상이 공개된 부모 5명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명예훼손으로 약식 기소됐다. 다만 올해 1월 1심 재판부는 A씨의 활동이 공익성을 띤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활동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이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배드파더스의 명예훼손 소송은 무죄가 나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난한 아빠’의 신상 공개가 적절하냐에 대한 갑론을박도 일어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부모들의 정보를 공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개인이 소송을 통해 해결하기에는 어려움과 법적 구멍이 많다. 자녀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 가정에서는 국가가 아닌 관련 시민단체 등 사적 제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한부모 가정에 도움을 준 시민단체들이 도리어 줄소송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이 일어난 상황. 국가가 나서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해야 이 같은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 가족 가구주를 대상으로 한 ‘2018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39명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73.1%다. (표=여성가족부 제공)
여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 가족 가구주를 대상으로 한 ‘2018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39명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73.1%다. 통계에서는 지난 2012년도와 수치를 비교했다. (표=여성가족부 제공)

이혼 후 아이 방임하는 나쁜 부모 10명 중 7명

한국 사회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지난해 4월 여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 가족 가구주 2,500명을 대상으로 한 ‘2018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39명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무려 73.1%다. 10명의 한 부모 가구주 중 7명 이상이 상대방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받았으나 최근에는 받지 못했다는 비율은 5.7%다. 최근까지 정기적으로 받은 경우는 15.2%, 정기적이진 않지만 최근 1년 중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4.4%다. 일시에 양육비를 받았다고 대답한 한 부모 가구주는 1.6%다. 양육비를 받아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제때 받은 비율은 높지 않았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서 양육비 이행관리원을 찾은 한부모 가구주 수도 만만치 않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청구와 이행확보 지원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이다. 같은 해 양육비 이행지원 서비스 상담만 3만 2,027건이다. 접수 건수는 3,925건이었다.

한부모 양육자들은 생계를 유지하면서 아이까지 키워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같은 해 한부모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월 219.6만 원으로 전체 평균 가구처분 소득 389만 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재산 및 부채 규모를 따진 한부모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8,559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순자산 3억 4,042만 원의 약 4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월평균 소득은 낮고 순자산은 적지만, 지출은 상당히 많다. 한부모 가정의 월평균 지출은 총 166.3만 원이다. 총소득과 비교해봤을 때 무려 75.5% 이상을 지출로 쓰고 있는 것이다. 지출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식료품비다. 저소득층 가구일수록 식료품비가 가계 지출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는 독일 통계학자 엥겔의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양육비이행관리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상담을 받고 접수가 되면 양육비 이행 법적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상담을 받으신 분 중에서도 다 법적 절차를 밟으려고 하시지는 않는다”며 “비양육자가 경제적으로 양육비를 줄 수 없는 상황도 있다. 대부분은 법적 절차를 밟으면 오래 걸리고, 한부모 가정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워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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