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가가 외면한 양육비 문제...시민단체만 재판 行
[현장] 국가가 외면한 양육비 문제...시민단체만 재판 行
  • 이별님 기자
  • 승인 2020.06.18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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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한부모 가정은 약 153만 9천여 명(2018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 수의 7.5%를 차지하는 만만치 않은 숫자다. 이 중 77%가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다. 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 싱글맘이 증가하면서 양육비 분쟁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 단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 <뉴스포스트>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고초를 겪는 한부모 가정에 대한 기획 보도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양육비를 주기만 했다면, 우리 아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을 받지 못하고 생계에 내몰렸을까요. 또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어 철저히 망가졌을까요. 그저 제대로 살아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저희는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안전장치 없이 세상에 던져졌고,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18일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별님 기자)
18일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별님 기자)

18일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이하 ‘양해모’)은 강민서 양해모 대표의 2차 공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대표는 “이번 재판을 통해 저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양육자의 마음, 제가 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전달하고 싶다”며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구치소 수감을 감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자신 역시 양육비 미지급 문제 피해 당사자라고 주장한 강 대표는 “저 역시 21년 동안 양육비 관련 소송만 27번 했다”며 “피해 당사자인 저 개인이 국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나 몰라라 하고 있을 때 저와 비슷한 사람을 돕다가 고소당하고, 벌금형에 처하게 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 대표는 지난해 5월 이혼한 전처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모 씨의 신상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 배드 페어런츠에 공개했다. 이에 A씨는 같은 해 8월 강 대표를 특수협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특수협박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100만 원으로 약식 기소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기자회견장에는 강 대표와 양해모 회원들, 이준영 양해모 자문 변호사 등이 함께했다. 회원들은 ‘국가는 아동 생존권을 보장하라’, ‘아이들의 꿈을 지켜달라’, ‘양육책임 회피는 아동학대’ 등의 피켓을 들었다. 특히 강 대표를 고소한 A씨의 아내 박인옥 씨가 자신의 딸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해 회견문을 낭독했다. 회견문은 그의 딸이 대신 읽었다.

회견문에는 홀로 두 자녀를 키웠던 박씨의 20여 년이 담겨있었다. 박씨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심한 구순열을 앓고 있었지만, 수술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는 “홀로 아이들의 생계와 수술비를 감당하다가 이혼 소송에 걸렸고, 막대한 소송비 부담으로 신용 불량자가 됐다”며 “약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박씨는 두 자녀가 가난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더라도 양육비를 온전히 받아서 생활할 수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을 받고 생계에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저 제대로 살아가고 싶었을 뿐인데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안전장치 없이 세상에 던져졌고,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씨는 딸이 회견문을 대독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국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국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턱없이 부족한 양육비 개정안

기자회견장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 관련 국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지난달 20일 제20대 국회가 막바지에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들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개정안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시 운전면허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

이준영 양해모 자문 변호사는 “개정안 통과로 운전면허 정지 등의 가시적 성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비율이 약 70~80%에 달하는 현실에서 단순히 면허 정지만으로 해소될지 의문”이라며 “면허 정지 자체도 쉽지 않다. 복잡한 법적 절차를 여러 번 걸쳐야만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을 개인적인 채권-채무 문제가 아닌 형사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은 형사처벌이 불가능하지만, 해외 많은 나라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을 형사처벌하고 있다”며 “한국처럼 광범위하게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국가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양해모는 부실한 개정안에 대해 제21대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달 15일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아동학대로 형사처벌 해야 한다는 청원을 국회국민동의청원에 게재했다. 강 대표는 “개정안이 통과돼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에 물꼬를 튼 거 같아 감사하지만, 크게 기쁘지는 않았다”며 “제21대 국회에 우리의 뜻을 강하게 피력하고, 활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강 대표에 대한 3차 공판은 내달 16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3차 공판에는 양육비 미지급 피해 당사자 박씨와 그의 전남편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전망이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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