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육비 안주는 나쁜 부모, 돈 없다면서 SNS엔 외제차”
[인터뷰] “양육비 안주는 나쁜 부모, 돈 없다면서 SNS엔 외제차”
  • 이별님 기자
  • 승인 2020.06.2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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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한부모 가정은 약 153만 9천여 명(2018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 수의 7.5%를 차지하는 만만치 않은 숫자다. 이 중 77%가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다. 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 싱글맘이 증가하면서 양육비 분쟁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 단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 <뉴스포스트>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고초를 겪는 한부모 가정에 대한 기획 보도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사진=양육비해결모임 측 제공)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사진=양육비해결모임 측 제공)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부모 가구주 2,039명 중 73.1%는 비양육자로부터 자녀 양육비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혼 가정 10명 중 7명 이상이 양육과 가계를 홀로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해 한부모 가정의 월평균 소득이 전체 가구 소득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들의 어려움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혼 가정 대부분이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복잡한 법적 절차가 있기에 가능했다. 양육비 청구 소송과 강제집행 등 각종 법적 절차는 양육과 가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이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국가의 도움보다는 시민단체 등 사적 제제를 통해 양육비를 받아내려는 한부모 가정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비양심적인 상대방의 신상 정보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양육자에게 그간 받지 못한 양육비를 돌려준다.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치기 보다 쉽고 빠르다. 한때 평생을 약속했던 이들이 신상 공개라는 강력한 방식을 택해야 할 만큼 절박한 사정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뉴스포스트>는 지난 22일 시민단체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양육비해결모임은 2018년 9월 11일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피해 당사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온라인 사이트 ‘배드 페어런츠’를 통해 미지급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다.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189명의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이달 18일 기준 100명의 미지급 사례 일부 또는 전액이 해결됐다. 미지급 문제가 해결되면 매달 안정적으로 지급을 하게끔 도와드렸고, 잘 이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8일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배드 페어런츠, 그들은 누구인가

일각에서는 신상 공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강 대표는 신상 공개보다 양육자-비양육자 간의 중재에 더 힘을 쓰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양육자들 역시 신상 공개에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어쨌든 아이의 부모인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면서도 “법적 제재 수단이 무용한 상황에서 이들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받을 방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육비를 돌려받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신상 공개라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아무나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게 아니라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없는 척 하고서는 뻔뻔하게 재력을 자랑하는 부류. 즉 지급 능력이 있음에도 장기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만 공개한다”며 “배드 페어런츠 사이트에는 양육비를 회피하는 부모들의 사연과 피해 당사자 아이들의 나이, 미지급 기간이 함께 공개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상처받을 아이들의 심정에 대해 많이 공감해주시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에 따르면 장기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비양육자들 중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는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려고 자녀에게 자신이 사망했다고 말하라는 비양육자도 있었다”며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하면서 SNS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진이나 골프 하는 모습, 외제 차 소유를 과시하는 비양육자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고소를 접수하는 비양육자도 상당수다. 강 대표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면서도 자녀들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는 비정한 부모의 모습을 보고 중재를 하면서도 화를 낸 적이 있다. 그러더니 모욕으로 고소를 하더라”라며 “혐의없음 처분 결과를 받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씁쓸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욕설과 협박도 부지기수다. 강 대표는 “초창기에는 중재 전화를 하면 협박도 많이 받았고, 욕설도 많이 들었다”며 “개인이 나서는 것에 대해 미지급자들이 우습게 보는 경우도 많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는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한 삭발식을 진행한 후 비양육자들이 대화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고 단서를 달았다. 강 대표는 올해 1월 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양육비 이행 강제 법안 등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1월 1일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양육비해결모임 측 제공)
지난 1월 1일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양육비해결모임 측 제공)

절박한 한부모 가정, 엄마에서 조부모까지

신상 공개라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양육비를 돌려받으려는 이들은 누구일까. 양육비가 급하지만, 법적 절차를 밟기 힘든 이들이다. 강 대표에 따르면 양육비해결모임을 찾는 이들은 3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경력 단절 주부였다가 생계와 양육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이들이 많다. 강 대표는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돈만 벌고 있다 보니 건강이 악화해도 무서워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여성이지만, 남성들도 있다. 강 대표는 “남성들은 직장이 있지만, 양육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해서 경제적 여건이 나빠진다. 동시에 자녀 양육에 온전히 힘을 쏟기 어려워 죄책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며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돼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엄마와 아빠뿐만 아니라 조부모들 역시 양육비해결모임을 찾고 있다. 강 대표는 “경제 활동을 활발하게 하실 연세가 아님에도 손주의 양육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 같은 사례는 양육도 양육이지만, 자녀들이 부양 의무도 저버린 경우가 많아 경제적 어려움뿐만 있는 게 아니다. 손주들은 언제 양육자를 잃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자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양육자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분들은 아이들을 홀로 양육하면서 편부, 편모의 빈틈이 안 보이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계신다는 점”이라면서 “그런데도 항상 부족하다고 여기신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과 안정된 양육비 지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18일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 회원이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아동학대라는 주장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8일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 회원이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아동학대라는 주장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양육비 미지급 문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

양육비해결모임이 출범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는 기간이지만, 100명의 미지급 사례를 일부 또는 전부 해결하는 등 성과가 적지 않다. 반면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의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2015년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해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고 있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강 대표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인력이 부족한데, 담당자 교체가 잦아 소송 진행이 늦다”며 “분명 효과는 있었지만,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 역시 1999년부터 양육비를 받기 위해 21년 동안 무려 27번의 소송을 진행했던 피해 당사자다. 그는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 이행 관련)법을 강화해달라고 법률구조공단과 여성가족부, 양육비이행관리원 등에 호소했으나 개인의 소리는 귀담아듣지 않았다”며 “개인의 시도도 변화를 이끄는데, 국가 기관이 나서면 더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털어놨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강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은 명백한 아동학대’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았다. 양육비 미지급을 발생하는 모든 일이 아동복지법 17조(금지조항)에 해당하는 아동 범죄임에도 명확히 양육비 미지급에 대해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의 결과가 아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형사처벌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학대에 해당함이 명시돼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면, 위장 전입 등 숨어있는 미지급자들을 찾아내 양육비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양육비해결모임은 2018년 11월부터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며, 처벌을 요구하는 100만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15일에는 아동복지법에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학대에 해당함을 명시하는 법 조항 개정을 위해 국회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해당 내용을 게재했다. 그밖에 양육비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집단 고소 접수를 7차까지 진행했다. 10년 이상의 양육비 미지급자와 성년이 된 자녀 양육자들의 집단 소송도 준비 중이다.

강 대표는 “현행법으로 비양육자가 마음만 먹으면 도망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양육자 개인 역시 그들을 제재할 수단을 갖추기 어렵다”며 “국가가 이를 함께 해결하고자 한다면 많은 아이의 미래가 바뀌고 양육자들의 삶 또한 나아질 것이다.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위해 국가가 함께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양육비는 공동 책임이다. 함께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비용이다. 둘은 헤어졌지만, 아빠와 엄마로서 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소통하고 책임을 다해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길 바란다”며 “양육비 소송이라는 비참함을 겪지 않도록 내 아이들을 생각한 결정을 내려 주길 부탁드린다”고 비양육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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