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고 6개월 도망치면 끝”...‘감치’ 허점 도마에
“양육비 안 주고 6개월 도망치면 끝”...‘감치’ 허점 도마에
  • 이별님 기자
  • 승인 2020.07.28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경찰의 실수로 감치 결정된 비양육자가 풀려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비양육자를 감치(監置)하는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 관련 단체들은 감치 제도를 비판하면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7일 이날 오후 4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B모 씨가 게재한 청원이 767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27일 이날 오후 4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B모 씨가 게재한 청원이 767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27일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 관련 시민단체 양육비해결모임(이하 ‘양해모’)에 따르면 양육비를 주지 않고, 이행 강제 명령도 따르지 않아 15일의 감치 결정이 내려졌던 A모 씨가 지난 23일 스스로 부산 동부경찰서에 자진 출석했다.

A씨는 양육비 채권자인 전 배우자 B모 씨의 제보로 이달 15일 경찰에 체포됐으나, 감치 명령서를 찾지 못한 경찰의 실수로 귀가 조치된 바 있다. B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A씨의 사례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앞서 이달 21일 B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경찰의 무능을 호소한 바 있다. A씨로부터 양육비 8,700만 원 상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B씨는 재판을 통해 지난달 전 남편의 감치 결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감치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전 남편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B씨는 전 남편을 직접 찾아나섰다.

B씨는 생계를 미뤄가며 찾아낸 전 남편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그를 유치장에 구금하지 않고 풀어줬다. 감치 결정이 났다는 등기 문서를 찾을 수 없다는 게 전 남편을 풀어준 이유였다. 문서를 찾지 못한 이유는 더욱 황당했다. 당직자가 법원으로부터 온 ‘민사’ 등기를 확인하지 않아 착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양해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원의 내용이 언론의 보도를 타고, 시민단체가 나서면서 부산 동부경찰서 역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경찰 측이 책임을 통감했고, 당직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을 감치에 힘을 쓰겠다고 약속했다”며 “전 남편 A씨 역시 경찰에 자진 출석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비판하는 피켓을 든 양육비해결모임 회원. (사진=뉴스포스트 DB)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비판하는 피켓을 든 양육비해결모임 회원. (사진=뉴스포스트 DB)

시민단체 “경찰도 대처 방법을 몰라”

B씨의 사례는 해결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가사 감치 제도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감치란 납부 능력이 있지만, 고의로 과태료 등을 체납하는 고액·상습 체납자를 법원이 일정 기간 구금하는 제도다. 구금 기간은 최장 30일이고, 법원의 감치 결정은 6개월 이내 집행해야 한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감치 제도에 대한 비판은 관련법이 개정되면서부터 나왔다. 제20대 국회 막바지였던 올해 5월 양육비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가 일부 강화됐다. 운전면허 정지 처분과 감치 명령 결정이 개정안의 핵심 골자다. 두 가지가 그나마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가장 큰 제재 조치다.

하지만 감치 명령의 경우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적 제재에 불과해 경찰이 형사사건 용의자를 수사하듯 미지급자를 강제로 수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B씨 사례처럼 양육자가 직접 비양육자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양해모 측은 “가사 감치는 단순 행정적 제재이기 때문에 미지급자가 자택에서 생활하고 있더라도 경찰이 문을 따고 들어가는 등 강제력을 발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집행 기간도 과거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 수준이다. 미지급자가 6개월만 잘 피해 다니면 감치 명령이 무효가 된다. 6개월이 지나면 감치 이행 명령 재판부터 다시 소송해야 한다. B씨 역시 전 남편이 경찰에 자진 출석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소송을 시작해야할 위기에 놓였을지 모른다. 

감치에 대한 경찰의 낮은 이해도도 문제다. B씨의 전 남편이 경찰의 실수로 풀려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해모 측은 “현장에서도 가사 감치에 대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어서 형사들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형사들이 실제로 가사 감치를 집행할 수 있도록 일선에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도록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양해모 측은 A씨의 사례를 계기로 오는 30일 가사 감치 집행 관리·감독 직무유기를 이유로 경찰청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