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46.52원, 신재생에너지 82.93원...에너지전환정책 이후 한전 적자
- 전력업계 관계자 “신재생에너지 늘리면 전기요금 올라...국민 돈 빼가는 것”
- 한전 측 “적자는 신재생에너지 아닌 고유가 탓...전기요금 개편 목적은 ‘합리화’”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이라는 두 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에게 닥친 절박한 현실이고 기후변화 대응이 감염병을 막는 데에도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녹색산업의 성장으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그린뉴딜 구상을 밝힌 이틀 뒤 산업통상자원부는 구체적인 각론을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확충 △공공기관의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 40% 상향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비율(RPS) 개선 등이다.

이를 두고 전력업계 일각에서는 그린뉴딜 정책으로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 더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구입단가가 원자력 등에 비해 고가인 탓이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구입단가로 한전에 전가 돼


정부는 지난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발전비율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2016년 9,262MW에서 2017년 1만 976MW로 늘었다. 이후 2018년 1만 3,413MW, 2019년 1만 6,058MW 등 매년 20% 가까이 증가했다.

전남 해남군 구성지구 일대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 부지 면적은 약 158만㎡(약 48만 평)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건설사 한양이 한국남부발전, KB자산운용 등과 함께 완공했다. (사진=뉴시스)
전남 해남군 구성지구 일대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 부지 면적은 약 158만㎡(약 48만 평)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건설사 한양이 한국남부발전, KB자산운용 등과 함께 완공했다. (사진=뉴시스)

해당 기간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구입도 늘었다. 2016년 1만 7,031GWh의 신재생에너지를 구입했던 한전은 △2017년 2만 28GWh △2018년 2만 2,165GWh △지난해 2만 2,575GWh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구입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전의 원자력에너지 구입은 감소세였다. 2016년 15만 4,175GHh 수준이었던 원자력에너지 구입실적은 △2017년 14만 1,098GWh △2018년 12만 6,883GWh △2019년 13만 8,607GWh 등을 기록했다.

한전이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 신재생 등 전력 구입에 지불한 총금액은 △2015년 40조 9,511억 원 △2016년 40조 5,141억 원 △2017년 43조 3,426억 원 △2018년 48조 6,308억 원 △2019년 47조 6,855억 원 등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이 늘어난 이후 구입단가가 비싸졌는데, 이런 영향이 한전의 총 전력 구입단가를 상승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른 지난 5월 기준 1kWh 당 발전원별 구입단가는 원자력이 46.52원, 신재생은 82.93원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구입단가가 원자력에너지 구입단가의 2배에 달한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투자 설비 비용을 한전이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라는 것이다.

2016년 7조 1,483억 원의 순이익을 봤던 한전은 2017년 1조 4,413억 원으로 순이익이 줄었고, 2018년부터는 적자를 보고 있다. 2018년 1조 1,744억 원의 적자를 본 한전은 지난해에는 2조 2,635억 원의 적자를 봐 1년 새 적자가 92% 이상 늘었다.

한전이 적자를 본 가장 큰 이유는 당시의 고유가가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는 시점이었던 까닭에, 이때부터 일부 전력업계에서는 한전이 전기요금 체제 개편을 통한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충으로 전기요금 인상?...한전 “인상이 아니라 합리화 방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대한민국을 근복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데이터 댐 △인공지능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등 10가지 대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은 이틀 뒤인 16일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그린뉴딜의 세부 계획을 밝혔다.

산업부는 그린뉴딜을 달성하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현재 12.7GW에서 42.7GW로 확충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은 현재 8%에서 2022년까지 10%로 상향된다. 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총사업비 11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

전력업계는 이러한 정부의 계획이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강제하도록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부의 계획이 신재생에너지의 수요과 공급을 모두 늘리는 구조여서, 한전의 전력 구입 지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전기요금 체계개편 추진 일정을 밝혔다. 올해 하반기까지 전기요금 체계개편안을 마련하고 정부에 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공시를 통해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원칙을 분명히 하여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에 대해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 위원장은 “신재생에너지는 기본적으로 단가가 비싼 에너지이기 때문에 태양광이나 풍력이 늘어나면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면서 “정부가 허울 좋은 ‘신재생에너지’라는 말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중 그린뉴딜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중 그린뉴딜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부도 이를 의식했는지 선제적으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그린뉴딜 공동브리핑에서 “그린뉴딜 정책과 전기요금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개편 계획을 마련 중인데,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체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해나간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전 측도 산업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적자가 났던 것은 신재생에너지 때문이 아니라 고유가 탓이었다”면서 “한전이 구입하는 전체 전력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현재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소량인 까닭에 적자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전의 올해 1분기 실적은 흑자가 났고, 2분기도 저유가가 지속하는 기조 속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올해 하반기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면 국민들께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시점이 되면,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인상될 거라는 지적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겠지만, 현재로선 아니다”라며 “하반기 중에 정부에 제출할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개편안은 인상이나 인하의 관점이 아니라 산업용과 주택용, 농지용, 계절별, 시간별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요금을 산정하는 전기요금 체계 합리화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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