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2년까지 청년주택 8만호 공급”...주민 반발로 차질
경쟁률 140:1...억대 보증금과 월임대료 내면서도 차별받아
“청년주택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는 인식...변화 필요해”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서울시가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향한 지역 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이 들어설 예정지의 주민들이 조망권과 일조권, 공사 기간 내 안전 등을 이유로 청년주택 건설을 반대하면서다.
하지만 부동산 관계자들은 “결국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부동산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근본적인 반대 이유라고 지적했다. 임대주택을 향한 혐오가 청년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이란?
‘역세권 청년주택’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 3월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대중교통 중심인 역세권에 2030 청년 세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19~39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의 임대계약을 맺고 청년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2017년 2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계획이 최초로 승인된 이후, 지난달까지 75곳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인가가 난 상황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 대상지는 지하철과 국철, 경전철 등 역이 있어야 한다. 또 해당 역 승강장으로부터 350m 이내에 건립돼야 하는 제한이 있다. 청년들의 대중교통 이용과 보행 활동 중심 생활을 위해서다. 이런 까닭에 19세~39세 이하 청년이어도 입주자격에 제한이 있다. 차량 소유자와 운행자는 입주할 수 없는 것이다. 장애인용 차량과 생계용 차량 소유와 운전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주는 용도지역 상향과 사업절차 간소화, 규제 완화, 취득세·재산세·임대소득세 감면, 건설자금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서울시는 민간과 공공 부문의 협력을 바탕으로, 오는 2022년까지 △소형주택 △임대주택 △민관협력 등에 방점을 찍은 역세권 청년주택 8만 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급 부족에 경쟁률 140:1...주민 반발로 공급 더 줄 전망
청년들의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한 역세권 청년주택 제도지만, 높은 경쟁률 때문에 입주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도 만만치 않은 형편이다. 2019년 구의동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임대 경쟁률은 140대 1을 기록했고,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임대 경쟁률은 122대 1을 기록했다.
또 막상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들도 적지 않은 임대보증금과 월임대료를 내야 한다. 지난해 9월 모집공고를 낸 서울시 용산구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역세권 청년주택은 ‘39B 청년 1인’ 기준으로 △임대보증금 6,879만 원(월임대료 53만 원) △임대보증금 1억 1,490만원(월임대료 41만 원) △임대보증금 1억 6,052만 원(월임대료 24만 원) 가운데 하나의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맺었다. 이런 까닭에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하는 청년에게 임대보증금을 최대 4,500만 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하는 입주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데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청년들이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주거권인 청년주택 공급량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밝힌 75곳의 역세권 청년주택 가운데 34곳이 주민 반발 등으로 착공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가 2022년까지 밝힌 8만 호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청년주택 입주 경쟁률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사업지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초등학교 인근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이곳 주민 1500여 명은 “일조권과 조망권이 위협받고 있고, 사업대상지가 서초초등 통학로와 겹쳐 위험하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서울시의회에 전달한 상태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서울 서초구의 한 역세권 청년주택 시행사 직원이 입주 청년에게 막말과 비하 발언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조권과 조망권 등을 이유로 역세권 청년주택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결국 청년주택 같은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가 주변 임대료를 같이 낮추는 효과 때문”이라면서 “청년주택에 대한 인식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