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민 “본인 감정 해소하는 이기적인 행동” 
캣맘 “동물과 사람, 공생하도록 노력해도 비난 뿐” 
쓰레기 안 뒤지니 인식 좋아져 함께 돌보기도
시민들 “지자체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해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캣맘·캣대디’와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해묵은 갈등은 길고양이 학대와 캣맘 폭행으로 번지는 등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고양이 밥을 주지 말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고양이 밥을 주지 말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동물보호협회가 추정하는 전국의 길고양이 개체 수는 서울 25만여 마리, 부산 19만 5,000만 마리, 대구 27만여 마리 등 100만여 마리 이상이다.

길고양이로 인한 이웃 분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TNR)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길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해 나가고 있지만, 부족한 실정으로 대다수의 지역이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길고양이를 둘러싼 지역 사회 갈등을 알아보고, 올바른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자 지난 20일 캣맘과 이웃 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노원구의 한 동네를 찾았다. 

캣맘이 놓아둔 사료와 물.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캣맘이 놓아둔 사료와 물.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음식물 쓰레기장을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음식물 쓰레기장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주민 “길고양이 피해 명백”

“진짜로 길고양이를 생각한다면 데려가서 키우든가, 돌보기만 하는 행위는 본인의 감정을 해소하려는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주민 이창민(27) 씨는 길고양이의 영역 다툼과 울음 등 소음으로 밤잠을 설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길고양이가 가여웠지만 일부 캣맘의 매너 없는 행동들이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양이 밥에 비둘기가 더 많이 꼬이는 것 같고, 주차한 차 근처에서 밥을 줘 차에 고양이 발톱으로 인해 흠집이 나 피해를 본 주민도 있다”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주의해달라고 얘기했을 뿐인데 말이 안 통하는 일부 캣맘이 있어 그때부터 좋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얘기했다.  

길고양이들에 의해 불편을 겪는 경우는 주민뿐만이 아니다. 해당 아파트의 경비원 박병렬(72) 씨는 “지하실에 고양이들이 똥을 엄청나게 싸놓는다. 오늘 아침에도 치웠다”면서 “밥을 주는 것을 막진 않지만, 캣맘들은 벌레가 꼬인 밥그릇을 치우지도 않고, 새로 갖다 놓아 쓰레기를 늘린다. 우리 일이 느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해당 아파트는 최근 길고양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화단 일부를 막는 공사를 진행한 상태다.

반면 캣맘을 이해하는 주민도 있었다. 신인숙(68) 씨는 “옛날 같으면 ‘저 짓을 왜 해’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캣맘들은 본인 돈 들여서 밥 챙겨주고 하는데 괜찮다고 생각한다”라며 “인터넷을 보면 워낙 극성이고 유별난 사람들 얘기가 많아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져 안타깝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길고양이가 자주 드나드는 아파트 밑 화단을 막아놨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길고양이가 자주 드나드는 아파트 밑 화단을 막아놨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캣맘 “모든 게 고양이 탓으로”

이날 만난 캣맘 신혜정(가명·55) 씨는 7년 전 임신한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 꾸러미를 물고 가는 것을 본 후 캣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 씨가 길고양이들의 밥을 주는 동네는 이를 반대하는 집주인 및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이 있다고 했다. 길고양이들의 건강이 염려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눈치 보기 바빠 급히 봉지밥을 숨겨놓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만 주러 갔을 뿐인데 주민분들이 따라와 못 주게 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인근 상인 분은 사료에 쥐약을 섞어놔 그걸 먹고 죽은 고양이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몇몇 상인들은 가게 주변을 지저분하게 해놓고 고양이가 어지럽혔다는 등 고양이 탓만 하고, 쥐가 꼬이니 쥐를 처리하기 위해 고양이들에게 마음대로 밥을 주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신 씨가 길고양이들을 위해 준비한 봉지밥.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신 씨는 캣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길고양이들도 안전하고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동네에서는 관심도 협조할 생각 없이 고양이와 캣맘 탓만 한다”라며 “캣맘과 관련된 기사들이 가끔 나오는 데 사회적 인식이 좋아지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악성 댓글로 도배돼 상처를 많이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고양이들의 밥자리가 노출되지 않도록 신신당부했다. 

지자체 해결 촉구  목소리도

바로 옆 동네서는 길고양이와 캣맘, 지역 주민들이 공생하는 곳도 있었다. 카페 사장 박영미(47) 씨는 6년 전 가게 앞 길고양이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놨기 때문이다.

박 씨는 “하루에 2~3마리 정도의 길냥이들이 밥을 먹으러 온다. 급식소를 마련해두니 쓰레기봉투를 뒤지지 않는다고 주민과 주변 상인들이 좋아한다”라며 “인식이 좋아지니 고양이에 관심 없던 분들도 예뻐하고, 함께 돌보는 분위기가 형성돼 고양이들이 우리 집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을 다닌다”라고 밝혔다. 

캣맘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지자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 씨는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지역이 캣맘과 갈등을 겪고 있는데, 심각한 만큼 지자체에서 전담 부서를 마련해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라며 “사실 고양이를 데려갔다가 책임감 없이 버리는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양이든 강아지든 등록제를 필수로 실시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강한 제재나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고윤희(51) 씨는 “공식 급식소 설치 및 관리를 몇 지자체에서는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인력을 늘려야 한다”라며 “정기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인력을 뽑거나 자원봉사단을 운영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뉴스포스트는 다음 편에서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인간과 동물의 올바른 상생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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