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범 벌금 100만 원에 그쳐...누리꾼 강력 비판
“경추 디스크 탈출증 등 심각한 신경 손상 야기”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잇따라 발생한 반려동물 학대 사건에 대한 처벌이 벌금형에 그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동물 학대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동물 복지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대자 처벌 강화하라” 국민 청원도 등장
최근 반려견 목줄에 쇠망치를 달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5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7살 A 씨에게 벌금 백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지난 2019년 10월 경북 자택에서 자신이 키우던 개 목줄에 무게 2kg 가량의 쇠망치를 달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재판에서 개를 운동시키기 위해 쇠망치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해당 학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개는 목줄에 쇠망치를 매단 채 마당을 뒤뚱뒤뚱 걷고 있다. 영상을 본 수의사는 “이같은 학대는 심각한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겸 수의사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영상 속 개의 거동을 보았을 때 경추 쪽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어, 지속될 경우 경추 디스크 탈출증 등 심각한 신경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세게 조여있는 목줄에 걸린 망치에 피부가 쓸려 접촉성 피부염 등 피부계 질환 또한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재판부는 개를 운동시킬 목적으로 망치를 달았다는 변명은 납득할 수 없지만 A 씨가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약식명령에서 정한 벌금액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처벌 수위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처벌이 너무 약하다며 검찰에 항소를 요구할 계획이다. 올해 초 동물 학대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동물권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
누리꾼들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으며, ‘해머를 목에 달고 살다가 결국 사라진 검둥이, 학대자 처벌 강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학대범에게 200kg 쇠망치를 달아야 한다”, “동물 학대범은 사회적으로도 위험한 존재다. 엄벌에 처하게 해달라”, “벌금 100만 원은 말도 안 된다. 이런 인간은 반려동물을 못 키우는 법이 생겨야 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동물권 사회적 공감대 형성...법도 따라가야
실제로 동물권에 대한 시민 의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는 성인남녀 2,000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동물 학대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96.8%에 달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동물 학대 처벌 수준에 대한 견해에는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서 피학대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해야 한다(97.3%) ▲일정 기간 다른 동물의 사육을 금지해야 한다(98.3%) 등의 의견이 나왔다.
유기 동물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생산·판매업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에도 90.7%의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반려동물 소유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반려동물 등록 갱신제 도입(95.7%), 사전 교육 이수 등 반려동물 소유자 자격 제도 도입(91.7%)에도 대다수가 동의했다.
동물원 동물의 복지가 개선돼야 한다는 응답 역시 91.1%로 높게 나타났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체험 등 동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은 90.4%다. 특히 이러한 동물 복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94.5%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동물 학대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30.6%에 그쳤다.
백결 수의사는 뉴스포스트에 “동물은 사람보다 약한 존재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반려동물을 생명체로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올해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처벌 수위는 낮은 상태로 법적인 부분에서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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