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대진대학교 교수.
이대성 대진대학교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대성]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피곤하다, 못 할 것 같은 일은 열심히 해도 노답이다, 함께 하면 멀리가지만 혼자 하면 빠르게 퇴근 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직장 명언’을 입력하니 이러한 문구가 눈에 띈다. 잠시 웃고 만다. ‘프로 이직러’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무엇이 올림픽 금메달 급의 이직이란 말인가?“라고 생각을 하며 잠깐 사색에 잠긴 적도 있다. 웃고 있는데 속으로 우는 직장인, 힘들다 투정하며 속으로 웃는 직장인, 성과는 좋은데 인기 없는 직장인, 세계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는데 성과가 없는 직장인, 적성은 무슨.. 그냥 돈이 필요해서 다니는 직장인 등등 상황은 다르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약 1920만 명이다. (고용노동통계, 2022년 5월 기준)

직장인이 말하는 이직 사유는 현실적이며 직설적이다. “돈이 부족하니.. 나와 코드가 맞지 않으니.. 제발 부딪히기 싫은 누구 때문에.. 이대로 시간만 가는 것 같고 의미 없는 것 같아서.. 수년 뒤 상사와 같은 모습 일 것 같아서.. 회사가 나가라고 하니.. 어디서 오라고 하니..“ 필자가 23년간 CEO(최고경영자)에서 사원까지 직장인과 상담하면서 들은 직장인들의 주된 이직 사유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약 210만 개의 다양한 직장이 있다. 쌍둥이도 다툴 때가 있듯이 수많은 직장이 어찌 모두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직장인이 들락날락하는 곳이 직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직의 사정이다. 직장인이 퇴사를 하면 조직은 일부분 부하(Load)가 걸리겠지만 조직은 다른 사람을 채용하면 그만이다. 아니 채용 외에도 아웃소싱, 업무 구조조정, 업무 분산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나 직장인이 하는 이직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직장인의 이력은 어디에 근무를 하였든 반드시 법적으로 흔적이 남는다. 즉 조직의 입장에서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채용하면 그만이지만 직장인은 그 흔적이 쌓여 항상 “왜 그만두셨습니까?”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이직에 대해 우선 개념부터 접근해 보자. 이직은 직장을 변경하는 것이다. 이직은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상의 변화로써, 진로와 경력관리가 분명해야 성공적인 이직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비행기가 이륙(입직)은 했는데 도착지점(진로상의 목표)이 명확하지 않으면 항로(진로)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직은 궁극적으로 진로의 유무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구분된다. 필자가 직장인과 상담 시 라포(Rapport) 형성 다음에 하는 첫 질문은 바로 “선생님의 진로는 무엇입니까?”이다. 

이직과 연관해서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는 말이 있다. 바로 경력단절과 경험 단절이다. 평소 자주 들었던 말이지만 선뜻 구분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경력단절은 경력관리상 그나마 유의미한 상황이지만 경험 단절은 무의미한 상황이다. 즉 경력은 직업적 진로와 연관된 활동으로써 경력단절은 진로가 유지되는 측면에서 중간에 단절이 되는 것이다. 즉 단절이 된 시기의 앞과 뒤가 서로 유사하게 연결되니 전체적인 경력관리 측면에서는 그나마 유의미한 상황이 된다. 그러나 경험 단절은 위험한 상황이다. 경험 단절은 진로가 없는 상황에서 경험이 단절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인 것이다. 

필자는 직장인의 이력서를 볼 때, 먼저 진로의 유무부터 확인한다. 진로가 없는데 이직은 무의미한 것이다. 대부분 잦은 이직이 반복되는 분들은 성장과정상의 어떠한 이유로 인해 적응력이 부족하거나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이직은 무언가 채워진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상황으로 진로가 없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해도 그것은 경력관리가 아닌 경험 관리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이직의 이유이다. 거두절미하고 기업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직의 이유가 있다. 바로 조직의 문제이기보다 직장인 개인이 경력관리상의 이유가 분명할 때 그 이직은 긍정선에서 평가를 받게 된다. 

가령 연봉과 복리후생 수준, 회사 위치, 조직문화, 수익구조 등은 조직에 근거한 문제이므로 이는 입사 전 충분히 조사하고 접근을 했더라면 불필요한 이직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제이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직장 선택에 있어서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학습, 조사하지 않고 입사를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회사도 그 수준에서 지원한 것 아닙니까?”라는 불필요한 의심을 사게 된다. 

경력관리를 고려한 직장인의 이직 사유로는 ‘현재 직장에서 경력관리상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을 하였을 때, 개인의 역량이 조직의 역량을 초과하였을 때(성장이 불가능할 때), 경력관리상 반드시 경험해야 할 역할(또는 직무)이 필요할 때, 개인이 생산한 성과가 반드시 필요한 조직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하였을 때, 인사권자와 오랜 시간 동안 관계 형성을 통해 조직을 충분히 이해한 후 이직을 하였을 때’이다. 이는 서로 간의 필요에 의해서 만나게 되는 수용성 높은 이직 사유가 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인사담당자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4%가 ‘이직이 많은 구직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필자 또한 과거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한 경험이 있다. 면접 시 이직이 횟수가 많은 지원자는 오너(Owner)인 입장에서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전체 근무 연수가 짧으면 짧을수록 부정성은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이직을 고려함에 있어 핵심은 진로의 유무이며, 그 다음은 조직보다 개인의 경력관리 기반의 이직이다. 물론 1920만 명이 이직을 한다면 그 속사정과 이직의 사례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이직의 정도와 보편성은 명확하게 전제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 100점짜리 직장인과 직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창업주조차도 자기가 만든 조직에 수시로 문제를 제기한다. 적응력과 무분별한 이직으로 인해 무조건 싫다고, 짜증난다고 함부로 비우고 또 비우다 보면 어느새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그릇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 보면 희극이고 짧게 보면 비극이다’라고 한 것처럼 인생에서 일을 내려놓는 시점이 되면 이직의 이유는 마디와 부분에 해당되는 작은 사건일 수도 있다.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할 점은 이직보다 회사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나 자신이 경력관리의 주체가 돼 나와 맞는 직장, 나와 맞는 일을 찾고자 다가가고 또한 노력한다면 그 자체가 성공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아무리 진로가 아름답고 분명할지라도 판단과 준비가 어설픈 이직은 불필요한 경력단절을 부른다. 그만큼 이직은 진로가 명확한 수준에서도 민감하게 접근을 해야 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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