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대진대학교 교수/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이대성 대진대학교 교수/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대성] 과거 런던타임스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한 적이 있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은 한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정하지 못한 듯하다. 통합과 협치가 만들어 낸 양지(陽地)보다 양극화라는 차디찬 음지(陰地)의 그늘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인이 극한의 상황에서 노력해 왔지만, 현실은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다국적 시장 조사 및 컨설팅 회사인 ‘입소스(Ipsos)’가 세계 23개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신뢰를 받은 직업’은 과학자, 의사, 선생님 순이었으며 ‘가장 불신하는 직업’으로 정치인, 장관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 한국에서 가장 믿지 못할 직업 1위로 조사됐다.  

한국의 제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보의 직업은 관료, 변호사, 언론인, 검사, 노동조합의 등이다. 화려한 학력과 커리어를 등에 업고 정치권에 합류한 다수의 정치인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일반 직업과 달리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 이유는 3권(三權)인 입법, 사법, 행정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인 또한 직장인이다. 정치인은 오너가 아니며 일반 직장인과 달리 직업적인 파급력이 크다는 점 외에 소속된 직장 속에 존재하는 동일한 직장인이다. 필자는 한국사회에 ‘경력관리이론(Career management theory, 2015년)’을 저서를 통해 최초로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 진로구성의 4요소, 경력관리의 4요소, 직장인의 3요소, 경력관리의 개념, 경력과 경험의 차이를 설명했다. 

금번 연재는 정치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직장인의 3요소’를 통해 정치인의 경력관리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직장인의 3요소는 직장, 일(Work), 사람이다. 즉 정치인은 이 3가지 요소가 있어야 존재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정치인은 조직(직장)을 잘 만나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생존기간이 짧다. 이는 조직력이 약하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현재 한국은 한 명의 스타 정치인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정당 조직의 운영을 통해 다수의 스타 정치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직화를 꾀하는 도중에 조직이 바뀐다. 국민들은 조직적 계승의 의미보다 이미지메이킹 기반의 신당이 또 만들어진다고 수군거린다. 

제대로 된 조직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유구한 전통 속에서 존재의 목적, 리더의 역량, 조직문화, 인력 운영과 평가관리가 탄탄한 조직을 말한다. 정답은 아니지만 한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인 미국의 민주당처럼 정신과 이념이 그나마 영속되는 정당이 드물다. 

물론 한국전쟁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와 휴전의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진로와 욕구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정당을 가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동일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기업과 정치 영역이 구분되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제인과 노동자는 국경을 초월하여 세계 1등 기업과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자존심의 문제를 넘어 작금의 정당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피와 땀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국민에게 절대로 보여주어서는 안 될 모습이다. 

또한 한국은 막강한 대통령제와 뿌리 깊은 양당 위주의 의회정치로 인해 정당의 조직관리는 선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법적, 조직적 환경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표’와 정치인 개인의 이력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과 국가를 조망하면서 정당조직을 건설했더라면 당내 성장 가능성이 큰 다양한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실패와 경력단절이라는 아픈 이력을 안겨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 개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역량에 맞는 조직을 선택해야 한다. 정치인은 입직도 중요하지만 입직 후 적응과 성과를 위해서 무엇보다 개인의 정치력과 역량이 중요하다. 조직이 요구하는 역량과 개인의 역량에 차이가 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입직과정상의 낙마는 물론 입직이후에도 경력관리상 경력단절, 성과 및 적응력 부족 등 본인은 물론 소속된 조직에게도 트러블 메이커가 된다. 

따라서 지방의회, 지자체, 국회, 광역단체 등 다양한 조직의 수준과 역량을 고려해서 조직을 선택하고 입직의 기회를 보아야 한다. 물론 파생직업을 통해 계단식 경력관리를 도모하는 정치인도 있다. 협회장, 공공기관장, 대학 총장, 재야단체장 등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조직 속에서 커리어 패스를 통해 계단식 경력관리를 도모하는 것 또한 정치인의 경력관리기법에 속한다. 

두 번째는 일에 대한 내용이다. 정치인은 일할 때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바로 3직(職)관리, 성과관리, 인간관계로서 무엇하나 만만치 않은 것이 없다. 

3직은 직무, 직급, 직책으로서 정치인으로서의 직무와 조직에서 부여된 직급과 직책을 말한다. 우선 직무는 3가지 관리요소가 있는데 조직, 고객, 사회적인 측면으로서 조직적인 측면은 조직이 제시한 직무수행(범위)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 

또한 고객의 측면은 유권자인 국민의 입장을 고려해서 직무수행을 해야 하며 사회적인 측면은 법과 상식에 기초한 직무수행을 말한다. 정치인은 출입문을 여는 순간부터 대중의 시선을 받게 된다. 어떤 자리 어떤 상황에서도 조직이 제시한 직무수행범위, 국민, 법과 상식을 고려해서 상황에 맞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성과는 2가지 관점이 중요하다. 하나는 개인 진로 상의 관점과 조직의 관점이다. 이 두 가지의 고려요소를 잘 고려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성과관리가 필요하다. 

만약 조직에 기여한 성과보다 개인의 성과가 낮으면 순간적으로는 조직이 좋아할 수 있으나 개인의 지속가능한경력관리(Sustainability Career Management)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인은 대중이 예측 불가능한 성과 즉 히든카드가 몇 장 필요한데 이 히든카드는 조직의 입장에서는 다수의 정치인 모두에게 부여할 수 없으므로 개인이 직무상의 성과에 의해 히든카드를 연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역으로 개인의 성과는 높으나 조직에게 기여한 성과가 낮다면 조직내 직급, 직책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된다. 정치인으로서 조직내 직급과 직책 즉 타이틀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경력관리의 포인트로서 조직내 직급과 직책은 지역, 국가, 국제사회 등 지정학적으로 정치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역할의 기본적인 토대이자 개인 커리어브랜드의 핵심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경력관리상 정치인의 인간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치인의 인간관계는 복잡하지만 단순하다. 정치인의 인간관계는 특정한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 보다 개인의 정치력과 정치적 역량이 곧 관계력의 기준이 된다. 하수(下手)는 사람만 보고 고수는 전체적인 흐름을 보듯이 장기적으로 개인의 역량을 꾸준히 갈고 닦아 차별화된 커리어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 관계력은 물론 지속가능한경력관리에 도움이 된다. 

즉 정치인에 있어서 인간관계의 출발과 끝은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역량개발의 기반 위에서 유지될 수 있다. 그것이 곧 관계력에 도움이 되며 나아가 정치력은 물론 국민과 조직 모두에게 존경을 받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사람이다. 사람을 잘 선택하는 기술이야말로 정치인 경력관리의 방점이 아닐 수 없다. ‘헬무트 콜(Helmut Kohl)’ 전 총리는 독일 통일의 주역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당시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콜은 내 인생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사람이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콜은 동독에서 활동한 무명의 정치인 메르켈을 통일 후 독일의 정치무대에서 급성장하게끔 도와준 사람이었다. 이후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의 정치계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글러벌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필자는 업무상 또는 지인 관계상 다수의 정치인과 소통을 해왔다. 당대표, 대선후보, 정당의 상임고문, 다선의원, 광역단체장 등 다양한 정치인과 만나 양자의 관심사에 대해 소통 중이다. 

여기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정치인들의 대화 소재는 단연 ‘정치적인 인연’이다. 정치인들은 각자의 영향력이 큰 특징으로 인해 좋은 인연이면 큰 시너지가 나지만 그렇지 않은 인연이라면 양자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 그래서 정치인은 성공, 의리, 배신 등 정치인들이 말하는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한다. 모든 정치인은 입직을 하기까지는 사람을 잘 선택한 결과이다. 과정상의 선택이 정치인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효과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잘못 선택한 결과 경력관리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 사실로서 사람은 비교적 강자에게 충성하는 성질로 인해 정치인 주변에는 그 속을 모르는 사람들로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또한 멀리보며 서로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보완하며 서로 간의 커리어를 도모하는 ‘운명적 동지’를 만나야 한다. 또한 그러한 무리를 모아 하나의 조직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성현(聖賢)의 말씀처럼 사람은 본인이 노력한 만큼 상대방이 보이기 마련이며 또한 도전과 역경을 통해 성장한 이력만큼의 인물이 보이기 마련이다. 

빅블러, 플렛폼, 메타버스로 인류는 전화기적 시점에서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후대의 영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치인의 성공적인 경력관리는 국가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정해진 절차와 예측 가능한 문제와 답이 있었던 시기와는 달리 현대 사회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공을 초월해 전문화되며 또한 기술과 문화가 가상공간에서 초연결되는 뉴노멀의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전문성이 존재하는 분야별로 정치가 존재하게 되며 또한 정치인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직업정치인의 시대에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선수들이 정치인으로 등판하게 되는 전문정치인의 시대로 전환된다. 정치적 이력과 경력이 정치인의 스펙으로 불리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이제 생각하지 않았던 참신한 인물이 어느새 정치를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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