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스페인 국빈 방문에서 살펴본 ‘조선왕국전도’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조선왕국전도를 두고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사료”라고 말했는데, 인터넷에서는 조선왕국전도뿐 아니라 다른 고지도 사료에서도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페인 국빈방문 시 봤던 조선왕국전도 지도.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스페인 국빈방문 시 봤던 조선왕국전도 지도. (사진=청와대)

해당 게시글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왕국전도 속 두 개의 섬은 울릉도와 독도가 아닌 울릉도와 ‘죽도’라는 주장이다. 이 작성자는 지도 속 찬찬타오(Tchian-chan-tao)를 울릉도로, 판링타오(Fan-ling-tao)를 죽도로 보고 “울릉도 북동쪽에 위치한 섬 죽도와 방향까지 똑같다”고 주장했다. 또, 독도는 울릉도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돌섬이기 때문에 굳이 죽도를 무시하고 독도를 고지도에 기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조선왕국전도의 작성 과정과 한자어의 만주식 발음을 알지 못해 발생한 오류다. 김종근 동북아재단 연구위원은 조선왕국전도에 등장한 판링타오(Fan-ling-tao)와 찬찬타오(Tchian-chan-tao)는 각 울릉도와 독도를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왕국전도는 프랑스 지리학자 장 밥티스트 부르기뇽 당빌이 만든 ‘신중국지도첩’에 포함된 지도로, 당시 당빌은 중국 최초로 경위선을 바탕으로 그린 ‘황여전람도’를 참고해 지도를 그렸다. 황여전람도에는 섬 이름이 한자어로 적혀 있는데, 울릉도(鬱陵島)는 범릉도(範陵島)로 우산도(于山島)는 천산도(千山島)로 혼동됐다. 범릉도는 만주어로 판링타오, 천산도는 찬찬타오로 읽는다. 결국 조선왕국전도의 판링타오는 ‘울릉도’를, 찬찬타오는 ‘우산도’를 지칭한다.

우산도는 왜 울릉도 서쪽에 그려졌나

조선왕국전도와 고지도에 나타난 우산도는 왜 울릉도 서쪽에 그려져 있을까. 일본 측에서는 우산도의 위치가 정확히 그려져 있지 않다면서 우산도를 ‘가상의 섬’ 혹은 울릉도에서 가까운 ‘죽도’라고 주장한다. 또 우산도는 단순히 울릉도를 지칭하는 말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지리학자들의 말은 다르다. 김종근 연구위원은 “근대적 지도 제작 방식인 삼각 측량 기법은 18세기 정도에 도입된다. 우리 선조들이 지도를 만들 때 현재처럼 인공위성을 띄워 지도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지도를 그리는 사람들이 실측해 그리지 않고 기존의 지도나 문서를 종합해 그렸기 때문에 우산도의 위치가 다르게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김종근 연구위원은 “당시에는 지도를 만들 때 일부 실측을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각 지역별로 이미 존재하는 지도나 사료를 종합해 그렸다”며 “조선시대 지도를 보면 상당히 자세하다고 평가받는 지도도 섬 정보가 굉장히 부정확하다. 유명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우산도가 없는데, 우산도 뿐 아니라 거문도도 누락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시 지도를 그리는 사람들이 참고한 문서는 무엇이었을까. 김종근 연구위원은 “우산도가 울릉도 서쪽에 그려진 이유는 세종실록 지리지에 ‘우산’ ‘무릉’ 순서로 기재돼있던 것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실록 지리지(1454)에는 “우산(于山)과 무릉(武陵) 두 섬이 울진현의 동쪽 바다 가운데 있다. 두 섬은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볼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기록의 순서대로 우산은 우리나라와 더 가깝게, 무릉은 바깥쪽에 그렸다는 얘기다. 특히 세종실록 지리지에 표현된 ‘날씨가 맑으면 볼 수 있는’ 섬은 독도가 유일해 조선 정부가 명백하게 우산도(독도)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근거로 사용돼왔다. 죽도는 울릉도와 매우 가까워 날씨에 관계없이 늘 관측할 수 있는 섬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강원도편. 우산도가 울릉도 서쪽에 그려져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강원도편. 우산도가 울릉도 서쪽에 그려져 있다. 

또 다른 지리학자인 국립중앙도서관 이기봉 학예연구사도 <우산도는 왜 독도인가> 책에서 “(신동국여지승람) 지도에서 우산도가 울릉도 서쪽에 그려진 것은 정척과 양성지의 지도 계통에서처럼 본토를 기준으로 기록된 순서에 따라 그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기봉 연구사는 동해 바다 가운데에 우산도와 울릉도 두 섬이 존재한다는 조선 정부의 인식은 신찬팔도지리지(1432)→세종실록 지리지(1454)→팔도지리지(1478)→동국여지승람(1481)→신동국여지승람(1531)으로 계승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동국여지승람에서도 세종실록 지리지와 마찬가지로 ‘우산도’와 ‘무릉도’를 큰 글자로 따로 표기하고 “두 섬이 고을 바로 동쪽 바다 가운데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종합하면, 우리나라 고지도 속 우산도는 다양한 고문서에서 ‘동해 한가운데에 우산도와 울릉도 두 개의 섬이 있다’고 인식한 조선 정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세종실록 지리지는 우산도를 두고 ‘날씨가 맑으면 볼 수 있다’고 적어 우산도가 독도라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안용복 사건 이후 바뀐 우산도의 위치

지리학자들은 ‘우산도=독도’의 또 다른 근거로 1740년대에 정상기가 제작한 ‘동국대지도’를 제시한다. 이 지도에는 우산도가 울릉도 오른편에 위치하고, 크기도 더 작게 그려졌다. 그동안의 ‘울릉도 서쪽 우산도’라는 지도 제작 공식이 깨진 것이다.

정상기가 그린 동국대지도. 동국지도를 모사한 지도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원본을 소장하고 있고, 사진은 독도체험관 내 복제품이다. 울릉도 오른편에 우산도가 위치해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지리학자들은 당시 ‘안용복 사건’ 이후 우산도의 위치가 변한 것에 주목한다. 김종근 연구위원은 “당시 안용복이라는 사람이 두 번 일본에 가서 울릉도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했다”며 “이후 조선 왕조와 일본 사이에서 울릉도 쟁계가 벌어지며 두 섬이 어느 소속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울릉도 쟁계 당시 일본 돗토리번에서는 답변서(1695)를 통해 스스로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부정했다. 이 답변서에는 “다케시마(울릉도)는 이나바와 호키(현재의 돗토리현)에 속하는 섬이 아니다. 다케시마(죽도·현 울릉도)와 마쓰시마(송도·현 독도) 및 그 외 양국(이나바와 호키)에 속하는 섬은 없다”고 적혀 있다. 이후 에도 막부는 자국민들의 울릉도 출입을 금지하는 ‘죽도도해금지령’을 내렸다. 돗토리번 답변서는 이후 일본의 최고행정기관에서 울릉도와 독도 영유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태정관지령까지 이어진다.

숙종실록에는 안용복이 두 번째로 일본에 건너가게 된 경로가 자세히 묘사된다. 일본이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인정한 이후, 안용복은 울릉도에 일본인이 들어와있는 것을 보고 “울릉도는 본디 우리 지경인데 왜인이 어찌 감히 침범하였나”라며 꾸짖었다. 이에 일본인이 “우리는 송도(마쓰시마, 일본인이 부르던 독도 명칭)에 사는데 우연히 고기잡이 하러 왔다. 이제 본소로 돌아갈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자 안용복은 “송도는 자산도(우산도)로서 그것도 우리나라 땅인데 감히 거기에 사느냐”며 우산도로 향했다. 우산도에 도착한 안용복은 일본인들의 가마솥을 막대기로 쳐서 깨트리고 꾸짖었다. 이에 일본인들은 짐을 챙겨 본국으로 떠났고, 안용복은 이들을 쫓아가 “근년에 내가 이곳에 들어와서 울릉도와 자산도를 조선의 지경으로 정하고 관백의 서계까지 있는데 또 우리 지경을 침범했다”고 말했다.

안용복 사건은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1681~1763)의 저서에도 기재돼 있다. 이기봉 학예연구사는 이익이 지도 제작자 정상기의 묘지명을 써줄 만큼 막역한 사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이익은 ‘성호선생사설’의 ‘울릉도’에 안용복 사건을 자세히 기록한 만큼, 안용복이 두 번째 일본에 건너갔을 때 항해 경로인 우리나라 본토→울릉도→자산도(우산도)→일본 옥기도→일본 본토 백기주를 알고 있었다.

이기봉 학예연구사는 “정상기가 지도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한 세 자료는 ‘신증동국여지승람(1531)과 전국 그림식 지도책(1720), 길안내 책인 정리표’였다”면서, 정상기는 울릉도 본섬을 그릴 때는 전국 그림식 지도책의 정보를 따랐지만 부속 섬을 그릴 때는 이익의 ‘울릉도’ 기록을 참고했다고 봤다.

정상기가 그린 울릉도 오른쪽 섬 우산도가 ‘죽도’라는 일본의 주장도 있지만, 정상기는 팔도지도 함경북도 지도에 설명문에서 “바다의 섬 중에 제주도, 울릉도, 흑산도, 홍의도, 가가도 등은 수로가 매우 멀어 그 거리 같은 것을 알 수 없어서 단지 해당 지도의 끝부분에 붙여 그려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기봉 학예연구사는 “정상기는 이익의 ‘울릉도’를 통해 우산도가 울릉도 동쪽에 있음을 알았지만 울릉도로부터 얼만큼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면서 “우산도를 댓섬(죽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상기가 어떤 자료를 기초로 어떤 원칙에 따라 그렸는지 알지 못하는 잘못된 것”이라고 전했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 아님.

당빌이 만든 조선왕국전도에서 판링타오(Fan-ling-tao)와 찬찬타오(Tchian-chan-tao)는 한자어의 만주식 발음을 고려하면 각 울릉도와 우산도다. 또 우산도는 세종실록 지리지(1454)와 숙종실록에 기록된 안용복 사건 등을 비추어 봤을 때 독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참고 자료]

김종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인터뷰

이기봉 <우산도는 왜 독도인가>, 소수출판사 (2020)

세종실록 153권, 지리지 강원도 삼척 도호부 울진현

숙종실록 30권, 숙종 22년 9월 25일 戊寅 2번째기사

외교부의 태정관지령 설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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