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는 정치인과 유권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줬습니다.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각종 SNS를 타고 유권자에 전달됩니다. 대선후보의 SNS 발언이 좀 더 명확하고 깨끗하게 유권자에 전달되도록 돕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20대 대선 특집으로 '대선후보 SNS 발언 검증대, 스낵 팩트'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공정한 팩트 평가를 위해 최종 판정은 법조계,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팩트체크 평가위원회' 검토를 거칩니다.
[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니터링하고, 각 후보별로 유권자가 궁금해할 만한 발언 1가지를 선정했다.
이재명 후보
"오히려 IMF 이런 데서는 (국가부채비율) 45%가 뭐 하는 거냐, 85% 정도가 적정하다. 다른 나라는 120%인데 왜 그러냐, 라고 문제 제기 하고 있는 상황"
[검증 내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3일 블로그에서 “국가부채비율이 다른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며 “오히려 IMF 이런 데서는 45%가 뭐 하는 거냐, 85% 정도가 적정하다. 다른 나라는 120%인데 왜 그러냐, 라고 문제 제기 하고 있는 상황”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정말 IMF가 특정 적정부채비율을 권고하고 있는지 팩트체킹 했다.
우선,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낮은 편은 맞았다. IMF가 지난 10월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21년 기준 51.3%로 OECD 평균 121.6%보다 현저히 낮았다.
주요국들은 대개 100~150% 선의 부채 비율을 보였다. 이탈리아 (154%), 미국(133%), 스페인(120%), 캐나다(109%), 영국(107%) 등이 그랬다. 그 외에 일본(256%), 그리스(206%)가 유난히 높은 비율을 가졌고, 아일랜드(57%), 뉴질랜드(52%), 스위스(42%), 스웨덴(39%) 등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비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IMF가 적정부채비율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IMF는 적절한 금리와 경제성장 덕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채 비율이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계속 증가했다고 콕집어 지적했다.
또한 IMF는 정책 권고 부분에서 “많은 신흥국 및 저소득 개도국과 같이 차입이 제한된 국가는 여러 목표 사이에서 균형 잡힌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높아진 위험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큰 재정적자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무리한 확장 재정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해당 보고서 외에도 IMF, OECD 등 국제단체가 적정부채비율을 공식 권고한 적은 없다. 애초에 세계에서 정한 적정부채비율이란 것이 없었다. 나라별, 시기별로 경제 상황이 달라 특정 비율을 일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 측근으로 꼽히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조차 한 방송에서 “적정국가채무비율은 40%는 물론이고 심지어 60%까지 모두 족보 없는 수치”라며 “이론적인 근거도 없고 현실 경험적으로도, 역사적인 경험적으로도 없는 수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IMF 관계자가 적정 범위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적은 있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연례협의 미션단장은 지난 1월 IMF 연례협의 결과 화상 브리핑에서 “먼저 한국뿐 아니라 어떤 국가에서든 최적의 수준이라고 매우 쉽게 정할 수 있는 부채 수준은 없다”면서도 “다만 부채 수준을 평가하는 데 있어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데, 지금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권고 가능한 부채 수준(GDP 60%)은 일정 범주 안에 놓인다”고 답했다.
하지만 바우어 단장은 당시 정부의 재정준칙안(GDP 대비 부채 비율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내 등)에 대해 의견을 전한 것으로, IMF가 공식적으로 적정부채비율을 제시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 후보가 언급한 85%와도 거리가 멀다.
85%라는 숫자는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등장한다. BIS는 2011년 보고서 ‘The real effects of debt’에서 “정부부채의 경우, 임계치를 GDP의 85% 선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증 분석상 이 수준을 넘겼을 때 국가들이 부작용을 겪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85% 선을 권고했다고 볼 수는 없다. 넘으면 위험하다는 한계선의 의미였다. BIS는 오히려 “장기적인 교훈은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부채를 임계치보다 훨씬 낫게 유지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85% 선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확한 어림짐작(very imprecisely estimated)이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국가의 적정부채비율을 논하기 위해선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축통화국은 통화 수요가 유지돼 자국 통화를 비교적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그렇지 못하다. 부채 상환을 위해 통화를 무리하게 발행할 시 인플레이션, 외화 유출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국의 통화가 기축통화로 쓰이는 기축통화국이 비기축통화국보다 유연하게 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높은 부채 비율을 보이는 유럽, 미국, 일본 모두 기축통화를 보유한 나라로 꼽힌다. 유로화는 유럽연합이 국제통화로 공유하고 있고, 달러화는 세계 제일의 기축통화다. 일본의 엔화 역시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는 등 자율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국가채무의 국제비교와 적정수준’에 따르면,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의 평균국가채무비율은 56.6%로 기축통화국의 평균 98.5%보다 40% 이상 낮았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해당 보고서는 비기축통화국의 적정부채비율을 37.9%~38.7%, 기축통화국의 적정부채비율을 97.8%~114%로 추산하기도 했다.
한편, 유럽은 적정부채비율을 60%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이 있다. 유럽연합(EU)의 토대가 된 마스트리흐트조약에서 유럽공동체의 가입 조건으로 국가채무비율 60%를 명시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계산에 의한 것보다는 당시 1990년대 주요국의 부채 비율이 60%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유로존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98.9%로 60%를 훌쩍 넘겼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 아님. IMF는 우리나라 적정부채비율에 대해 공식 권고한 적이 없다. IMF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적정 수치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이 후보가 언급한 85% 수준은 아니었다. 국제결제은행 보고서에도 85%가 언급됐으나, 넘으면 위험하다는 임계치로 권고 수준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적정부채비율 자체가 계산하기 어렵고, 검증하는 이론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을 구별하지 않고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평가위원 의견: 절반의 사실. 이재명 후보의 본 발언은 “사실”과 “거짓” 모두를 포함. 세계경제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부채비율이 낮은 편인 것은 팩트에 해당하므로 사실이고, 동시에 IMF가 그러한 공식 권고를 하는 것은 IMF의 업무(세계유동성관리)와 전혀 무관한 일이므로 거짓에 해당함.
특히 부채비율을 영향을 미치는 두 개 요소는, 1) 자국 통화의 해외통용성(기축통화적 성격)과 2) 경제구조의 특징(한국처럼 수출지향적이냐 or 자국의 원자재 확보율이 얼마인가)인데,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음.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전혀 허위사실은 아니므로, 절반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됨.
[참고 자료]
Fiscal Monitor, October 2021: Strengthening the Credibility of Public Finances (IMF)
IMF Fiscal Monitor October 2021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고가 텅텅 비어간다?’ 적정 국가채무비율 40% 주장? 족보도 없는 수치! (TBS)
IMF “한국 국가채무비율 GDP 60%, 감당 가능한 적정수준” (뉴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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