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순이익 1조 원대 ‘역대급’ 실적
부실 펀드 전액 보상...고객 신뢰 회복 앞장

금융권이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에 돌입한다. 증권사와 주요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호실적을 달성해 대대적인 인사폭풍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인선과정을 주시하는 만큼 징계, 대선 등 다양한 외부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본 기획에서는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CEO들의 공과(功過)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오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 2,043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거취에는 지난해에 이어 사모펀드 이슈가 최대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정일문 사장은 관련 부담을 덜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임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사모펀드 사태 이후인 지난해 말 정일문 사장의 연임을 결정한 바 있다. 정 사장은 다른 금융사 CEO와는 달리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지 않았으며,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보상 업무를 마무리한 바 있다. 

연임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인 실적까지 역대급 성과를 거두며, 정 사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IB·BK 부문 견인...순이익 ‘1조 클럽’ 입성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 1,376억 원, 영업이익 3,594억 원, 당기순이익 6,209억 원의 잠정실적을 지난 2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9.98%, 16.37%, 139.84% 증가한 규모다.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4,208억 원)보다 186.2% 급증한 1조 2,043억 원을 기록하며 3분기 만에 순이익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정일문 사장이 지난 2019년 1월 신임 대표 취임식에서 밝힌 “3년 안에 순이익 1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것. 

3분기 누적 매출액(영업수익)은 12조 597억 원으로 전년보다 0.35% 늘었다. 영업이익은 121.1% 증가한 1조 6,37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내며,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에게 내줬던 1위 증권사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사장는 사업기반을 탄탄히 다져 수익성을 올리고, 리스크 관리를 고도화해 경상 체력을 향상사켰다. 특히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회사채 등 주식 및 채권 발행시장 전반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며 투자은행(IB) 부문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등 대어급 IPO 참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적 증가로 IB 수익이 전분기보다 24.6% 늘어났다. 올 3분기 별도 기준 순영업수익 5,769억 원 중 IB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4.8%(2,007억 원)에 육박했다.

지속적인 해외주식 활성화와 주식 열풍에 힙입어 925억 원의 위탁매매(BK) 수수료를 거뒀으며, 자산관리(WM) 부문은 금융상품 판매로 829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며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거뒀다.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은 지난 6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부실 사모펀드에 투자한 고객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유튜브 갈무리)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은 지난 6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부실 사모펀드에 투자한 고객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유튜브 갈무리)

부실 사모펀드 손실액 100% 보상 마무리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팝펀딩 등 부실 사모펀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에 대해 투자금 전액을 보상하면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점도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6월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 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에 대해 전향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상품에 투자한 고객 투자금 100% 전액을 보상하기로 전격 결정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내린 선제적 결단이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6월부터 2개월에 걸쳐 부실 사모펀드 10개 상품에 대한 투자 원금 전액 보상 업무를 매듭지었다.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후속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 상품선정위원회의 기능과 책임 강화,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 신설, 상품 판매 관련 직원 교육 및 감사 확대, 관련 평가보상 시스템 개편 등을 통해 영업 관행 전반에 걸쳐 혁신을 추진하는 중이다. 

ESG 위원회 출범...친환경 투자 적극 추진

정일문 사장은 전 세계적인 화두로 자리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석탄 관련 투자 중단을 선언한 바 있으며, 올해 4월부터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조성자로 선정돼 탄소배출권 관련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9월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풍력발전단지 4곳의 지분 49.9%를 인수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5월에는 ESG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도 출범시켰으며, 6월에는 ESG채권 발행도 흥행해 1,500억 원 규모를 글로벌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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