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당기순익 1,000억 원 돌파
RPA 도입 결과...업무량 4만 시간 절감
지난해 단행한 채권재분류·증자 효과 희석
지급여력비율 관리 어려워...재무건정성 부담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보험업계는 시장 포화로 수년간 침체기에 빠져드는 기로에서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업황의 전반적인 악화가 예상됐지만, 보험영업 증가세 둔화·손해율 개선 등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김인태 NH농협생명 사장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김인태 NH농협생명 사장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특히 비대면 트렌드의 확산과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 등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올해 1월 취임한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 역시 지속가능 가치경영체계 확립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에는 2023년 도입될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응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예정된 가운데, 뉴스포스트는 다음 달 취임 1주년을 맞는 김인태 사장의 공과(功過)를 조명해본다. 

김인태 사장은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금융지주 부사장, 은행 부행장, 종합기획부장 및 인사부장 등을 지내며 경영관리에 대한 식견과 기획·재무 분야의 맞춤형 경력을 인정받았다. 

2021년 1월 NH농협생명 사장 자리에 오른 후 2021년 사업전략 방향을 ‘지속가능한 가치경영체계의 확립’으로 설정하고, △장기적 가치 중심의 보험 손익 견고화 △협동조합 보험사로서의 정체성 강화 △디지털,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등 미래 환경 대응 △소비자 본위의 신뢰 구축 △성과중심 조직문화 정착 등 5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디지털 전환 등 보험 환경 선제적 대응


우선 김인태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디지털 전환에 힘썼다. 특히 빅데이터와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통한 업무 효율화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1월 초부터 4월 말까지 RPA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후 5월 초부터 2단계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6개월 동안 RPA 2단계 프로젝트를 실시해 31개 업무에서 연간 업무량 4만 4087시간을 절감했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는 사람이 수행하던 단순 반복적 업무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자동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SW) 기술이다. RPA가 구축되면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줄어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고,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오류도 없앨 수 있다. 

NH농협생명은 내년 3월 ‘TM보험 스마트 고객 확인 서비스’도 선보인다. 텔레마케터가 상품 가입 권유 설명 후 고객 스마트폰으로 링크를 전송하면 상품 내용은 물론 보험계약 서류를 확인하고 전자서명 등을 통해 고객이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서비스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보험 상품 가입 시 장시간 통화에 대한 불편함 해소를 기대하며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에 TM보험 스마트 고객 확인 서비스를 지정한 바 있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보험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됐던 불완전 판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익성 개선 보험 손익 견고화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 절감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1142억 원, 영업이익은 2173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77.5%, 42.3% 증가한 규모다. 이는 2012년 3월 독립법인 출범 후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5년 만에 순익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주요 경영지표도 개선됐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23%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37%로 1.34%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2016년부터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을 낮춘 결과다. 농협생명은 저축성보장 보험의 비중을 2016년 79.4%에서 2020년 62.2%로 17.2%포인트 낮췄다. 

보장성 중심 보험의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위험보험료 확보와 보험심사 시스템 고도화 등 위험률차 분석 세분화 등 손익관리체계 개선을 진행했다. 같은 기간 보장성보험 비중은 20.6%에서 37.8%로 17.2%포인트 높였다. 1분기 전체 신계약건수 가운데 보장성보험의 판매건수는 무려 97%에 달한다. 


금리 상승 ‘직격타’...재무 건전성 회복 과제


다만 금리 상승세로 인한 재무 건정성 관리에 부담을 안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보험의 올해 3분기 말 지급여력(RBC)비율은 222.7%로 지난해 말 287%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보험사 자본적정성의 척도인 RBC비율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눠 구한다. 농협생명의 요구자본은 지난해 말 2조 2900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 2300억 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지급여력금액은 4조 9700억 원으로 지난해 연말 기준인 6조 6000억 원에서 1조 6000억 원가량 줄어들면서 RBC비율이 하락했다. 

NH농협생명은 2020년 3분기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기는 채권 재분류를 통해 자본적정성을 끌어올리면서, 재분류가 완료된 3분기 말 RBC비율은 315%에 달했다. 그러나 3분기 이후 채권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결산시점의 채권 가치가 떨어져, NH농협생명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287%, 올해 1분기 말 234%, 2분기 말 231%로 낮아졌고, 올해 3분기 말에는 223%까지 추가로 악화했다.

채권재분류는 한 번 시행하면 향후 3년간 변경이 불가능하다. 금리 상승과 하락에 맞춰 탄력적으로 지급여력비율을 조정할 수 없는 것. 채권재분류 외 지급여력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유상증자나 채권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NH농협생명은 2020년 8월 NH농협금융지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2021년에는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에 각각 5000억 원,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어, 추가 유상증자는 NH농협금융지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 시 필요한 요구 자본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필요 자본을 정확히 산출해 지주와 협의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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