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는 정치인과 유권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줬습니다.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각종 SNS를 타고 유권자에 전달됩니다. 대선후보의 SNS 발언이 좀 더 명확하고 깨끗하게 유권자에 전달되도록 돕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20대 대선 특집으로 '대선후보 SNS 발언 검증대, 스낵 팩트'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공정한 팩트 평가를 위해 최종 판정은 법조계,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팩트체크 평가위원회'검토를 거칩니다.

[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니터링하고, 각 후보별로 유권자가 궁금해할 만한 발언 1가지를 선정했다.

 

안철수 후보

"우리나라의 6-3-3-4 학제가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그런 틀을 안 쓰는 나라들이 많다"

2021.01.12. 유튜브

[검증 내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12일 유튜브에서 “4차산업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의 틀을 바꿔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6-3-3-4 학제가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그런 틀을 안 쓰는 나라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의 주장이 사실인지 주요국들의 학제를 확인해봤다.

미국의 학제는 크게 두 번 바뀌었다. 전통적인 8-4제에서 ‘초급고등학교(junior high school)’의 6-3-3제로 바뀐 것이 첫 번째다. 이후 ‘중학교 개념(middle school concept)’의 도입으로 5-3-4제가 생기기도 했다.

 

(자료=주요국의교육정책비교연구)
(자료=주요국의교육정책비교연구)

6-3-3제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학제와 비슷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은 주마다 다양한 학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6년 발간한 ‘주요국의 교육 정책 비교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주마다 8-4제, 6-3-3-4제, 6-6제, 5-3-4제 등의 다양한 학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주를 이루는 것은 5-3-4제라고 한다.

유럽권도 우리나라와 학제가 달랐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6-5-2-3제를 쓰고 있다. 초등 6년, 중등교육 3+2년, 계속교육(Tertiary) 2년, 3~4년제의 고등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초등 6년과 중등학교 전반기 3년은 대체로 동일하지만 이후 교육은 학교마다 유동적이며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학제의 유동성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는 장치로 국가 자격증 체제가 작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등교육 이전에는 학교 졸업의 개념이 아닌 능력을 검증하는 자격증 개념이 있는 것이다.

프랑스 학제는 공교육화된 것으로 유명하다. 5-4-3-3제를 기본으로, 유아교육 3년을 포함해 초등 5년, 중등 4년, 고등 3년이 무상으로 이루어진다. 공교육화가 획일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교육의 탈중앙집권화를 추구해, 지역·학교별 상황과 특성에 맞는 자율화쪽으로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분권화가 완벽하지는 못하다는 평가다.

지역마다 상이한 학제를 가진 독일. (자료=주요국의교육정책비교연구)
지역마다 상이한 학제를 가진 독일. (자료=주요국의교육정책비교연구)

독일은 프랑스와 반대다. 동일한 학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교육자치가 발달해 주마다 교육 목적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6~18세까지 의무교육을 부과하며 학생의 진로에 따라 중등교육 이수를 달리하는 학제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권은 어떨까? 중국은 미국과 비슷하게 지역별 다양한 학제가 운영되고 있다. 초·중학교만 놓고 보면, 5·4제, 6·3제, 9년 일관제, 소학교 5년, 초급 중학교 3년 등 하나로 정의할 수 없었다. 보고서는 “1986년 의무교육법이 제정되어 9년의 의무교육이 있지만 실제 시행되지 않는 지역도 많다”고 전했다.

일본만이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학제가 비슷했다. 일본은 2차 세계 대전 이전에 유럽식 학제를 모방했으나 패전 이후 미군정이 주도하는 ‘단선형(교육 기회가 한 계통으로 되어 있는 학교 제도)’ 학제를 채택했다. 그때부터 6-3-3-4제가 안착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도 우리나라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았다. 중·고등학교 단계에서 사립학교 기준 6년제 일관교육을 실시하거나 교육내용의 변화를 통해서 틀에 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또한 보고서는 “일본교육에서 우리 교육과 크게 다른 점은 지역 격차가 심한 교육체제에 대한 동화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이다”면서 “최근 일본은 동화교육을 통해 다문화, 세계화교육으로 지역정서를 해소하고 일본 거주 외국인에 대한 교육까지 관심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주요국의교육정책비교연구)
(자료=주요국의교육정책비교연구)

주요국의 학제를 종합해보면, 나라 안에서도 학제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보고서는 “주요국들은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제도들을 자국의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 맞게 시도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융합형을 추구하며 기존의 여러 형태들을 적절히 혼합하고 개선하여 가장 실효성 있는 방식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의 기본학제 국제 비교 연구(2010, 홍신기)’ 논문은 “주요국들의 학제 개편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어떤 하나의 제도로 획일화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점이다”며 “북미지역 국가들은 원래 학제가 다양하게 운영되었지만 비교적 융통성이 적었던 유럽 국가조차 최근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세계화 시대에 호환될 수 있는 학제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획일적인 학제보다는 학습자 개인 맞춤 형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올해 발간한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유형별 주요 의제 분석’은 2015 교육과정이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지만, 교과 지식의 습득이 여전히 중요한 교육목표가 되고 있다”며 “학생의 주제적 학습을 위한 교육과정의 다양화, 확장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이러한 개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에서의 학제 개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외국의 경우, 일본을 제외하면 하나의 학제라고 부를만한 일관된 학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은 주마다 각자 상황에 맞는 학제를 적용했고, 유럽은 다양한 유형의 학제가 혼재된 복선형학제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 또한 일부 학교에서 중·고등학교를 하나로 묶는 등 우리나라 학제와 완전 동일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주요국에서 각자 상황에 맞게 학제를 다양하게 꾸리고 있었고, 우리나라의 학제가 비교적 경직되어 있다는 비판이 있으므로 ‘대체로 사실’ 판정한다.

평가위원 의견 : 절반의 사실. “6+3+3+4”와 같은 학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이 원칙을 정해놓고 그 원칙 안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지 학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님. 예를 들어 미국은 “6+5(6)+4”라는 원칙 아래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묶어서 다루는 지역 혹은 분리해서 다루는 지역 등 다양한 자율성이 존재. 대학의 경우도 거의 모든 나라가 4년을 기준으로 하되, 일정한 학점을 확보하면 학위를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현재 한국에서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임. 또한 유럽처럼 대학(독일은 4년제 대학 숫자가 70개 내외임)을 ‘학술대학’과 ‘전문/실용대학’으로 구분하는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대학교육을 접근하는 attitude 자체가 우리와 다르므로, 비교를 하더라도, 6+3+3을 가지고 비교해야지, 여기에 대학 4년을 포함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음. 따라서 안철수 후보의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혹은 절반의 사실” 정도에 해당함.

[참고 자료]

주요국의 교육 정책 비교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유형별 주요 의제 분석 : 6. 학습자 삶 중심의 학제 개편 (한국교육개발원)

초등학교의 기본학제 국제 비교 연구 (한국비교교육학회)

학제개편의 쟁점 분석 (IP2017-02) (한국교육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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