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는 정치인과 유권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줬습니다.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각종 SNS를 타고 유권자에 전달됩니다. 대선후보의 SNS 발언이 좀 더 명확하고 깨끗하게 유권자에 전달되도록 돕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20대 대선 특집으로 '대선후보 SNS 발언 검증대, 스낵 팩트'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공정한 팩트 평가를 위해 최종 판정은 법조계,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팩트체크 평가위원회'검토를 거칩니다.

[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니터링하고, 각 후보별로 유권자가 궁금해할 만한 발언 1가지를 선정했다.

 

안철수 후보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2022.02.04. 페이스북

[검증 내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주취감형을 완전 폐지하겠다”며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프랑스는 음주로 인한 폭행죄와 성범죄는 가중처벌하고 있다”며 주취감형 폐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주취감형은 형법 제10조에 근거한다. 형법 제10조 2항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본래 ‘형을 감경한다’에서 ‘감경할 수 있다’로 2018년 법이 개정됐다. 당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 심신미약 감경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독일, 미국, 프랑스 음주 범죄 처벌 명시

(자료=독일형법 Strafgesetzbuch)
(자료=독일형법 Strafgesetzbuch)

독일에는 ‘완전명정죄(Vollrausch)’가 있다. 명정은 만취 등으로 인해 행위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독일형법 제323a조는 ‘음주나 마약으로 인한 명정 상태로 위법행위를 행할 시, 그 자체만으로 5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명정 상태에 이른 책임을 묻는 것이다.

(자료=미국모범형법전 Model Penal Code)
(자료=미국모범형법전 Model Penal Code)

미국과 영국 또한 ‘주취가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모범형법전 제21조에 의하면 행위자의 명정(intoxiccation)은 죄의 요소를 부정하지 않는 한 항변(defense)이 될 수 없다. 명정을 감경요소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 양형위원회(Sentencing Council) 역시 ‘자의적으로 음주 상태에서 범행에 착수한 경우 감경인자로 고려하지 않음을 넘어 가중인자로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프랑스는 만취 상태의 폭행, 성범죄를 가중처벌하고 있었다. 프랑스 형법 제222-12, 13조와 제222-24, 28조에서는 폭행, 강간, 성적 침해에 대해 ‘만취상태 또는 마약류의 남용상태에서 행동하는 사람에 의해 죄가 범해진 경우 가중처벌이 가해진다’고 명시돼 있다.

주취감형 없는 것은 아냐…‘책임주의’ 원칙 때문

이처럼 주요국에서 주취 상태에 대해 엄격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주취감형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주취감형 등 심신장애감형은 형법의 기본 원칙인 ‘책임주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책임주의는 책임이 있어야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나라 형법 제10조 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이다.

(자료=형법총칙 비교법 자료집)
(자료=형법총칙 비교법 자료집)

독일 역시 형법 제20조에서 만취 등 심한 의식장애로 변별능력이 없는 행위자는 책임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행위자의 범행 당시 능력이 현저히 미약하다고 판단되면 형을 감경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완전명정죄’는 위법행위를 범한 자가 책임이 없다고 판단될 때 적용하는 법이다. 즉, 위법행위에 대한 주취감형은 존재하되, 명정죄로 따로 구분해 처벌하는 것이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주취감경의 형법적 문제와 양형기준 합리화(2018, 김한균)’ 논문은 “실무상 (영국) 양형법관은 범죄의 중한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사안에서는 주취문제를 인간의 취약성(human weakness) 관점에서 보고, 교정가능성을 고려하여 교정프로그램이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관대한 형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주취감형 일반적이지 않아, 엄벌보다는 치료 의견도

우리나라의 주취감형 보완제도가 이미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주취감형이 빈번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형법 제10조 3항에 따르면,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는 감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성폭력특례법 20조는 ‘성범죄에 대해선 감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주취감형은 매우 드문 사례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2017년 주취감형이 이뤄진 사례는 전체 6만5194건 중 262건으로 0.4%에 불과했다. 공무집행방해범죄의 경우 전체 2만6123건 중 51건만 인정돼 0.19%로 조사됐다. 5년 동안 줄어드는 추세였다.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14~2016년 심신장애가 쟁점이 된 1597건 중 심신장애가 인정된 사례는 305건, 주취감형이 인정된 사례는 22건에 불과했다. 심신장애 사유 1위는 주취가 아닌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었다. 즉, 조두순 사건 등 일부 사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 주취감형이 일반적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현실은 인정받기 어려웠다.

주취범죄는 피의자가 대부분 사회 최하층이라, 엄벌보다는 치료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취감경의 형법적 문제와 양형기준 합리화’ 논문은 “2016년 경찰이 발표한 구속 주취폭력 피의자 100명 가운데 82명이 무직이고, 무직자의 대다수는 노숙자였다. 주폭 대부분은 현실회피 심리로 인해 음주와 충동적 폭력성 악순환에 빠져 있는 최하층으로 처벌보다 치료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고 밝혔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안 후보가 언급한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에선 음주 범죄 처벌을 명시하거나 가중처벌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법 조항을 가진 것이다. 다만 이것이 주취감형 폐지의 근거가 될 수는 없었다. 해당 나라들은 엄격할 뿐 주취감형을 일부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취감형은 형법 대원칙인 ‘책임주의’를 따르는 것으로 전면 폐지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취감형에 대해 엄벌보다는 교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참고 자료]

독일 형법 (Strafgesetzbuch)

미국 모범형법전 (Model Penal Code)

프랑스 형법 번역본 (법무부)

주취감경(酒醉減輕)의 형법적 문제와 양형기준 합리화 (2018, 김한균)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2014-2016)

형법 제10조

성폭력특례법 20조

"술 취하면 봐준다"…주취감경 얼마나 될까? (MBN)

형법총칙 비교법 자료집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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