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는 정치인과 유권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줬습니다.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각종 SNS를 타고 유권자에 전달됩니다. 대선후보의 SNS 발언이 좀 더 명확하고 깨끗하게 유권자에 전달되도록 돕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20대 대선 특집으로 '대선후보 SNS 발언 검증대, 스낵 팩트'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공정한 팩트 평가를 위해 최종 판정은 법조계,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팩트체크 평가위원회' 검토를 거칩니다.

[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니터링하고, 각 후보별로 유권자가 궁금해할 만한 발언 1가지를 선정했다.

 

이재명 후보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일제 잔재다"

2021.11.22. 페이스북

[검증 내용]

이재명 후보 (사진=뉴시스)
이재명 후보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서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 잔재다”면서 “의료법을 개정해 명칭을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산부인과라는 명칭 때문에 미혼여성이 병원 찾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정말 ‘산부인과’ 명칭은 일본에서 온 것일까?

산부인과는 산과(Obstetrics)와 부인과(Gynecology)가 합쳐진 용어다. 산과(産科)는 임신 및 출산을 다루고 부인과(婦人科)는 여성 관련 질환을 다룬다. 여기서 부인과는 결혼한 여자만이 아닌 모든 여성 질환을 다룬다. 우리가 기혼 여성을 일컬을 때 쓰는 부인(婦人)보다 포괄적 개념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산부인과’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대다수 미혼 여성이 방문하기 꺼려지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인(婦人)이 ‘결혼한 여성’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산부(産婦)가 ‘아기를 갓 낳은 여자’라는 뜻인 것도 오해를 증폭시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가임기 여성 임신 전 출산 건강 관리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인 미혼 여성 1,314명 중 81.7%, 청소년 708명 중 84%는 “산부인과는 일반 병원에 비해 방문하기가 꺼려진다”고 답했다. 또한 성인 미혼 여성의 51.1%, 청소년의 64.4%는 “내가 산부인과를 가게 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원 산부인과 진료실 (자료=서울대학교병원)

왜 이런 혼동이 발생했을까? 우선, 부인과 용어는 일본이 먼저 번역했다. 일본은 1870년대 서양 의학을 받아들이며 Gynecology를 부인과로 번역했다. 논문 ‘에도 말 메이지 초 일본 서양의사의 형성에 대하여’에 따르면, 1870년 일본 메이지정부는 공식적으로 독일식 의학을 도입하며 동교(도쿄의학교)에 ‘부인과’를 신설했다.

박철우 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메이지 유신 때 ‘신 문명어’라 하면서 서양 개념을 일본식으로 대거 번역했다”며 “그 이후 일본이 우리나라에 개입하면서 부인과를 포함한 일본식 한자 용어가 국내에 그대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메이지정부는 동교(도쿄의학교)에 ‘부인과’를 신설했다. (자료=에도 말 메이지 초 일본 서양의사의 형성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1886년 제중원, 1907년 대한의원, 1909년 세브란스 의학교 등에서 부인과 교육이 이루어졌다. 국내 의료 체계에서 일본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제중원 설립 이전에는 일본인 의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양식 진료를 시행했고 대한의원의 경우 설립, 행정, 운영을 모두 일본이 주도했다. 이후 1925년 ‘신필호산부인과의원’가 첫 한국인 산부인과로 개업됐지만 이외에는 모두 일본인이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일본에서는 부인이 모든 여성을 포함하는 말이다. 일본이 ‘여성 의학’이란 뜻의 Gynecology를 ‘부인과’로 번역한 이유다. 일본어 사전에는 부인을 성인 여성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부인을 결혼한 여자로 한정해 쓴다. 1900년대 초 일부 혼용이 있었을지라도 이것은 일본의 영향이라는 평가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부인에 사용하는 지어미 부(婦)는 결혼한 여자를 전제하고 있다”며 “전근대 및 현대에서 계속 그렇게 사용하고 있고 17세기 확인된 용례에서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서도 산부인과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2006년 “산부인과는 임신이나 성병의 이미지가 강해 딸을 데리고 가는 데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며 산부인과를 여성진료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진료과목 표기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니혼 의과대학 부속병원, 도쿄 의과대학 부속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여성진료과(女性診療科)를 산과(産科)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오해의 소지가 없는 용어를 쓰고 있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U.S. 뉴스 &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가 선정한 미국 내 부인과 병원 순위(Best Hospitals for Gynecology)를 보면, 브리검 앤드 위민스 병원 (Brigham and Women's Hospital), UPMC 매기-위민스 병원 (UPMC Magee-Womens Hospital) 등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오해 소지가 없는 포괄적 용어를 쓰고 있었다. (자료=U.S. News and World Report)

한국전시산업융합연구원이 발표한 ‘미혼여성들의 산부인과 이용 및 방문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 논문은 “국내 미혼여성은 사회적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산부인과 방문을 회피, 연기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비로소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으로 보였다”며 “이러한 결과는 서구의 산부인과 이용에 관한 연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용어는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Gynecology를 부인과로 번역한 것은 일본의 상상력이다”며 “그 용어가 우리 인식과 괴리가 크다면 수정 대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은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더 구체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나 의료법의 진료과목 명칭은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어 이 규정도 함께 개정할 필요가 있고, 특정 전문의의 전문과목 명칭 변경은 의료계 전체 학회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역시 찬성 의견을 내면서도 “전문의 규정 없이 법안에 따른 명칭만 변경하는 것은 진료 현장에서 혼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대한의사협회는 ‘신중 검토’ 의견을 내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과 다른 전문과목 특성 등을 고려해 명칭 변경을 신중히 논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여성의학과로 개정 시 여성이라는 포괄적 의미로 오히려 진료과목 선택 시 환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산부인과에서 ‘부인과’는 일본에서 먼저 번역된 뒤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메이지 유신 때 서양 개념이 대거 번역됐고, 이후 우리나라가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였다. 당시 국내 의료 시스템에 일본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해외에서는 여성 진료과, 여성 병원(Womens Hospital) 등 오해의 소지가 적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명칭만 바꾸는 것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의료법 개정, 사회적 합의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가위원 의견 : 검증 결과에 동의. 다만, 중국에서도 산부인과를 “妇产科”(발음: 푸찬커, 婦産科의 간체자)라 하는 점에서 서양 개념이 한자어권 국가에 전해지며 발생한 공통적 문제일 수 있음.

[참고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임기 여성 임신 전 출산 건강 관리지원 방안 연구'

대한의원 자료실 (서울대학교병원)

에도 말 메이지 초 일본 서양의사의 형성에 대하여 (대한의사학회)

제중원 지식백과

한국 최초의 남자 산부인과 의사는?

대한민국 제 1호 산부인과 의원

미국 내 부인과 병원 순위

[2102360]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최혜영의원 등 32인)

미혼여성들의 산부인과 이용 및 방문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

日, 산부인과 명칭 '여성진료과'로 바뀌나 (의학신문)

도교의과대학 부속병원

니혼의과대학 부속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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