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는 정치인과 유권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줬습니다.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각종 SNS를 타고 유권자에 전달됩니다. 대선후보의 SNS 발언이 좀 더 명확하고 깨끗하게 유권자에 전달되도록 돕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20대 대선 특집으로 '대선후보 SNS 발언 검증대, 스낵 팩트'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공정한 팩트 평가를 위해 최종 판정은 법조계,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팩트체크 평가위원회'검토를 거칩니다.

[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니터링하고, 각 후보별로 유권자가 궁금해할 만한 발언 1가지를 선정했다.

 

안철수 후보

"다음 대통령 때 팬데믹 반드시 또 온다"

2021.11.08. 유튜브

[검증 내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8일 유튜브에서 "하나 걱정되는 것은 다음 대통령 때 또 다른 팬데믹이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라며 "이명박 정부에 신종플루, 박근혜 정부에 메르스,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가 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례를 근거로 팬데믹 주기를 예측한 것이다. 안 후보의 예측이 타당한지 팩트체킹했다.

팬데믹 기준, 코로나 포함 메르스 제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에 팬데믹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WHO가 정한 감염 및 전염병 최고 경고 등급이다. 국립국어원은 팬데믹을 '세계적 대유행'으로 정의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확산되며 2억명 이상을 감염시켰다. 누적 사망자는 8일 기준 529만명이다.

하지만 메르스는 팬데믹이 아니다. 메르스는 주로 중동 지역에서 유행했다. 우리나라에서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지만 전 세계로 퍼지지는 않았다. 누적 사망자도 500명 대로 팬데믹 규모는 아니었다.

코로나19 감염자는 2억명, 누적 사망자는 500만명이 넘는다. (자료=WHO)
코로나19 감염자는 2억명, 누적 사망자는 500만명이 넘는다. (자료=WHO)

신종플루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WHO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 엄청난 비판이 일었다. 신종플루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데, 섣불리 팬데믹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당시 제약업계의 '공포마케팅'에 일조했다는 지적에 진상조사위가 꾸려지기도 했다. 신종플루의 누적 사망자는 약 1만8천명이다. WHO는 이후 기존에 사용하던 감염병 6단계 판단 기준을 수정해야 했다.

팬데믹 선언 3번뿐 … WHO "용어 신중해야"

WHO는 1948년 설립 이후 세 번 팬데믹을 선언했다.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 2020년 코로나19 등 세 차례다. 신종플루를 제외하면 두 전염병 모두 전 세계로 퍼지며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다.

다른 전염병들은 대개 팬데믹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스, 에볼라 등 익숙한 전염병들은 확산 범위나 규모 면에서 모자랐다. 이들은 팬데믹 대신 에피데믹(대륙을 넘나들진 않지만 비교적 넓은 영역에 퍼지는 감염병)이나 앤데믹(특정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에 속했다.

팬데믹에 비견할 만한 역사 속 전염병으로는 페스트(흑사병), 아시아 대역병(콜레라), 스페인 독감 등이 있었다. 14세기 유럽에서는 페스트로 7천50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19세기 초에는 아시아 대역병(콜레라)로 1천5백만명이 사망했다. 20세기 초에도 스페인 독감으로 2천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언론 브리핑하고 있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언론 브리핑하고 있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결론적으로, ‘팬데믹’으로 분류되는 시기는 매우 소수였다. 역사적으로 페스트(흑사병), 아시아 대역병(콜레라), 스페인 독감, 코로나19만이 있었다. WHO는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해 3월 언론 브리핑에서 "팬데믹은 가볍게 혹은 무심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라며 "자칫 잘못 사용하면 비이성적인 공포를 일으키거나 전쟁이 끝났다는 정당하지 못한 인정 등 불필요한 고통을 낳는다"고 말했다.

주기 계속 짧아져 … 거대 농축산업·기후 변화 때문

다만 20세기 이후 전염병의 주기가 짧아진 것은 사실이다. 스페인 독감, 홍콩독감, 코로나19 사이 주기는 약 50년이었다. WHO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2020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에이조이 챠크라바티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BMGF) 리더는 "팬데믹은 이제 한 세대(20~30년)에 한번씩 찾아올 수 있다"며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기가 짧아진 원인으로는 과도한 농축산업이 꼽힌다. 질 나쁜 환경, 단일 품종 대량생산 등 공장식 축산업이 전염병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조류 및 돼지 독감 외에 코로나19까지 농축산업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진화생물학자 롭 윌러스는 저서 '죽은 역학자들'에서 야생지역 파괴, 공장형 축산 등 거대농축산업 '애그리비즈니스'(Agribusiness)가 코로나19를 동굴에서 대도시로 흘러나오게 했다고 주장했다.

종합환경과학 저널은 기후 변화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자료=케임브리지 대학)
종합환경과학 저널은 기후 변화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자료=케임브리지 대학)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또한 지적한다. 온난화로 인한 동물의 행동 패턴 변화가 기존의 없던 접촉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서 지난 2월 발표한 저널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중국 남부 윈난성을 박쥐의 서식지로 만들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바이러스 보유 박쥐의 서식지가 이동하면서 한 지역이 매개 중심지가 된 것이다.

저널의 저자인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원 로버트 바이어(Robert Beyer) 박사는 "지난 한 세기에 걸친 기후 변화로 중국 남부가 더 많은 박쥐 종에 적합해졌다"며 "이것은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지역을 변경했을 뿐 아니라 동물과 바이러스 간 새로운 상호 작용을 허용해 더 해로운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진화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로버트 바이어 박사는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사는 "정부가 전염병 발생에서 기후 변화의 역할을 인식하고 코로나19 경제 회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후 변화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과 질병을 옮기는 동물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해 도시 지역, 농지, 사냥터의 무분별한 확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팬데믹 주기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안 후보가 언급한 사례는 팬데믹이 아니거나 애매했다. 대부분의 전염병은 확산 범위나 규모 면에서 팬데믹에 미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팬데믹은 길게는 몇백 년, 짧게는 50~100년 주기로 찾아왔다. 다만 거대 농축산업, 기후 변화로 전염병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우려는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끝나도 지속적인 보건 의료 확대와 백신 등 방역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세계보건기구(WTO)

21세기의 전염병들 (경향)

시사상식사전 ‘팬데믹’

WHO, 코로나19에 팬데믹 전격 선언 배경은? (동아)

게이츠재단 “팬데믹 한 세대마다 온다… 백신 투자 줄이지 말아야” (조선)

롭 월러스 ‘죽은 역학자들’

케임브리지 대학

종합환경과학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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